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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출간한 두 권의 책, 좋은 소식이 있었습니다.
<나는 시인이다>(팬덤북스)가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올해의 교양도서로 선정되었습니다.

http://www.mcst.go.kr/web/notifyCourt/notice/mctNoticeView.jsp?pCurrentPage=1&pSeq=6788

<명왕성 되다>(민음사)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관하는 2011년 우수문학 도서보급사업에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되었습니다. 아래는 선정평입니다.~^^

http://www.for-munhak.or.kr/idx.html?Qy=book3&fld=cGFydF9ib29rc195ZXNfYWE=&words=2011-4&nid=9158&page=1



"별자리의 혼처럼 볼 수 없는, 시의 검은 여백에서는 시인의 젖은 눈빛과 호흡이 심장처럼 뛰고 있을 것이다. 시집 『명왕성 되다』의 표정은 생각보다 멀리 뛰는 말이었고, 그 뜨거운 빛을 방울처럼 울려댔다. 일용근로자의 피로와 백수건달의 자책과 독학자의 자부심과 시인의 기상이 한 별자리로 앉아있다 ‘동시에’ 일어나는 바람에 독자는 화들짝 놀란 유성을 보게 될 것이다. 그 아쉬움을 햇빛처럼 눈이 부시게 보다 잃었을 때, 시인은 소멸의 그림자를 자신의 무릎에 가벼이 올려놓는다. 슬픔을 소진한 시인이 새로 얻은 별자리의 흔적을 감추고 있는 시집이다."


선정위원 /  이기인 안상학 강형철 유안진


'민음의 시' 175권. "이재훈 시의 시공은 광대하다. '빌딩나무 숲'인 이곳에 사막과 우주와 원시의 시공을 겹친다."(김혜순 시인), "그의 시는 오늘의 시에 대한 새로운 보고서로 읽혀져야 할 것이다."(조정권 시인)라는 평을 받은 이재훈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명왕성 되다>.

도시의 생태와 자신의 내면을 결합하며 한 시대의 쓸쓸한 풍경을 기록한 첫 번째 시집 <내 최초의 말이 사는 부족에 관한 보고서>로 큰 주목을 받았던 그는, 이번 시집에서 소재와 착상의 범위가 더욱 넓고 풍요로워졌으며, 다양한 시편들을 통해 호흡과 리듬도 점점 확장되고 있다.

이재훈 시인에게 도시는 늘 새로운 탐구의 대상이다. 욕망으로 가득한 도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는 도시를 성찰한다. 시집 곳곳에서 지하철, 버스, 독서실, 저녁의 거리, 도서관, 골목 등 시인의 일상 공간들이 직접 드러나는데, 존재의 시원(始原)에 가닿고자 하는 시인의 상상력이, 도시 속에서 환상적이고도 동화적인 색채의 공간을 펼쳐 놓는다.

그 도시 속에서 '육십억 분의 일일 뿐'인, 그저 '먼지'처럼 '아무것도 아닌' '매일 출근하는 폐인'들의 고단한 삶이 펼쳐지며, 시인은 그 속에서 모든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애잔한 그리움을 진하게 그려 낸다. 시집의 제목이기도 한 '명왕성 되다(plutoed)'라는 말은, 명왕성이 태양계 행성의 지위를 박탈당한 사건에 빗댄 신조어다. 익명과 소외, 그리고 기계적 규칙성이라는 도시 생활자의 삶에서 그는 '명왕성'이 됨으로써 스스로 궤도를 벗어나는 것이다.

또한 그는 끊임없이 구원을 꿈꾸고 있는데, 그에게 '구원'은 곧 '근원'이다. 이재훈의 시에서 근원적인 곳은 머나먼 어딘가가 아닌, 세속 도시의 구석구석에 내재되어 있다. 이 도시 안에서 시인은 세속적인 이미지 속에서 성스러움을 체험한다.


이재훈

1972년 강원 영월에서 태어났다. 1998년 《현대시》로 등단했다. 시집 『내 최초의 말이 사는 부족에 관한 보고서』,『명왕성 되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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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의 행복] 시인을 찾아서

8월 첫째주 추천 전자책…<나는 시인이다>와 <대설주의보>
2011.08.05, 금 13:21 입력

◆시인들은 어떤 사람일까…이재훈의 <나는 시인이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시인의 <꽃>에 나오는 시의 일부이다.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들어보고 읊어봤을 대표 시이다. 국어 책에도 나온다. 몇 번을 고쳐 쓴 연애편지에 인용했던 기억들은 없는지... 괜히 맘에 드는 이성을 붙잡고 '넌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고 객기를 부린 적은 또 없는지...

김춘수 시인은 의미와 무의미의 관계를 두고 시를 써 온 시인이었다. 김춘수 시인은 자신을 '역사 허무주의자'라고 표현했다. 시인은 니콜라이 베르자예프(러시아 작가)의 말을 빌려 "지금까지는 역사가 인간을 심판했지만, 이제부터는 인간이 역사를 심판해야 한다"라고 까지 했다. 그만큼 역사는 김춘수 시인에게 있어 이념이자 폭력에 불과하다는 생각이었다.

이재훈의 <나는 시인이다>는 한국의 시단을 움직여 왔던 35명의 시인에 대한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가 직접 시인들을 만나 때론 집에서, 때론 카페에서 대화한 내용을 기본으로 시인들의 시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질곡의 역사를 살아온 시인들에게 시의 의미는 무엇이었으며, 자신이 자라고 보고 듣고 배운 것들이 어떻게 자신의 시에 녹아들어 있는지를 시인들의 육성으로 직접 들어볼 수 있다.

<나는 시인이다-우리시대 시인 서른다섯 명의 내밀한 고백>
장르: 시/에세이/기행
저자: 이재훈
출판사: 팬덤북스
가격: 7천2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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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러리&리브로> 5월호 인터뷰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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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수가 김수영을 질투한 까닭
이재훈 대담집 `나는 시인이다` 출간
기사입력 2011.03.31 17:01:10 | 최종수정 2011.03.31 19:47:50
http://news.mk.co.kr/v3/view.php?year=2011&no=203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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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詩人)은 詩(시)이기도 하고 人(사람)이기도 하다. 시인이자 평론가인 이재훈의 대담집 `나는 시인이다`(팬덤북스 펴냄)는 시인들의 이 두 가지 면모를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책이다.

저자는 2001년부터 2011년까지 모두 35명의 시인을 만나 그들의 시와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만난 시인은 김춘수 오규원 박찬 등 이미 세상을 떠난 시인부터 이승훈 정호승 남진우 김소연 강정 김태형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시인까지 연령별로 다양하다.

"김수영의 `풀` 같은 작품을 보면서 내가 써보고 싶었던 것을 벌써 썼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종의 라이벌 의식, 질투가 생긴 거지요. 나보다 선수를 쳤구나 하는 생각. 그래서 의식적으로 더 내면으로 들어오게 된 것입니다."

고(故) 김춘수 시인은 "내 본래 의식은 역사허무주의였다"고 말한다. 하지만 "1960년대 김수영이 참여의 길을 가게 되었기 때문에 선생님께서는 그 반대 진영 쪽이라 할 수 있는 내면세계로 더 침잠한 것은 아닌가"라는 저자의 질문에는 "그 말이 옳다"며 수긍한다.

"현실에 부딪히면 현실에 대한 울분 같은 것도 또 있는 것"이지만 김수영이 이미 그런 시들을 썼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더 내면으로 들어오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내 생애에 시인으로서 라이벌 의식을 가진 시인은 그 사람(김수영)뿐"이라고 고백한다.

그런 김춘수 시인은 이승훈 오규원과 더불어 우리 시사(詩史)에서 독창적인 시적 방법론을 이룬 것으로 평가된다. 김춘수의 무의미시와 이승훈의 비대상시, 오규원의 날이미지시는 각각 고유한 방법론을 가진 독특한 시론.

하지만 각 시론의 차이와 특성에 대해서 명확하게 이해하는 것은 어렵기만 하다.

이 책의 장점 중 하나는 시인의 시론을 당사자의 육성을 통해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고(故) 오규원 시인은 김춘수의 무의미시론과 비교하며 자신의 날이미지시론을 설명한다.

"무의미시는 `무의미를 지향`하고, 날이미지시는 `의미를 지향`하는 시입니다. (무의미시에서는) 시의 내용이 무의미하니까 시인은 시의 형태에서 그 아름다움을 찾습니다. (반면) 날이미지시는 사변화되거나 개념화되기 이전의 의미, 즉 관념화되기 이전의 의미를 존재의 현상에서 찾아내 이미지화하는 시입니다."

대담을 진행한 저자가 시인이라는 점은 독자들에게 다행스러운 일이다. 시와 시인의 관계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그는 꼭 물어야 할 것을 묻고, 꼭 들어야 할 것을 들었다. 그 덕분에 독자들은 시인들의 일상부터 유년 시절, 시인의 시 세계까지 폭넓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이승훈 시인은 자아 탐구, 모더니즘과 해체 그리고 선(禪)에 이르기까지의 삶과 문학 여정을 밝히고, 유안진 시인은 시를 쓸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든 유년 시절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고교 문사에서 문학청년 시절을 거쳐 등단하기까지의 과정을 풀어놓는 정호승 시인과 쇳물은 물도 불도 아니라는 연금술적 상상력을 보이는 노동자 시인 최종천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이 밖에 30년 만에 내놓은 두 번째 시집 `비는 수직으로 서서 죽는다`로 찬사를 받은 허만하 시인, 독특한 자유주의자의 길을 걷고 있는 김정환 시인, 시인이자 명기타리스트로 문학적 순교를 꿈꾸는 원구식 시인, 사과나무 아래로 귀환한 오르페우스의 꿈을 꾸는 남진우 시인, 사물보다는 사물과 사물 사이 어떤 한 세계보다는 세계와 세계 사이에 자꾸 시선이 간다는 김소연 시인 등 그들이 밝히는 독특한 사유와 시론을 만나보는 것도 흥미롭고 의미 있다.

또한 1992년 `현대시세계`로 같이 등단해 우리 시의 확장성을 선보이는 동년배 시인 강정과 김태형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다.

시는 시인에게서 나오고, 시인은 시로 세상을 산다. 그래서 시인의 머리와 가슴을 직접 열어보이는 이 책을 읽다보면 어렵게만 느껴졌던 시가 어느새 곁에 다가와 자리 잡고 앉는다.

[정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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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나는 시인이다 / 이재훈
시인에게 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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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인이다 / 이재훈
김춘수(1922~2004) 시인은 "김수영(1921~1968) 시인이 평생의 라이벌이었다"고 했다. 그는 실제 김수영과 만난 적은 없었다. 서울에 볼일이 있어 왔다가 김수영 집으로 전화를 했던 김춘수. 김수영은 당시 집에 있었지만 만취해서 전화를 도저히 받을 수 없었다. 두 라이벌의 만남은 그렇게 미완으로 끝났다.

김춘수는 왜 김수영을 라이벌로 생각했을까. 굴곡진 한국 현대사를 몸소 겪어야 했던 김춘수는 이데올로기, 사상, 역사에 대한 회의감을 많이 느꼈다. 그것은 그가 평생 역사허무주의자란 함정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던 이유였다. 물론 현실에 대한 울분으로 '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이란 시를 쓰기도 했지만 그의 본래 의식은 역사허무주의였다.


고 김춘수·허만하 등 35명 대담
'시론·개인사' 생생한 육성 담아

김춘수 시인은 라이벌로 여겼던 김수영 시인(오른쪽 작은 사진)이 참여 시인의 길을 걷자 내면세계를 더 모색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부산일보DB

역사와 현실의 문제에 등을 돌렸던 김춘수는 1968년 김수영의 '풀'을 보게 됐다. '풀'은 민중의 강인한 생명력을 풀에 빗대어 쓴 시로 김수영을 대표적인 참여 시인으로 만든 작품. 김춘수는 '풀'을 보며 '내가 써보고 싶었던 것을 벌써 썼구나' 하는 생각을 했고, 라이벌 의식과 질투심을 느꼈다. '나보다 선수를 쳤구나' 하는 생각에 김춘수는 더 의식적으로 내면세계에 침잠하게 됐다. 김수영은 '풀'을 쓰고 나서 보름 만에 교통사고로 죽었다. 짧지만 강렬한 삶을 살았던 김수영은 김춘수의 작품 세계에 가장 큰 자극을 줬다.

1999년 허만하 시인이 30년 만에 두 번째 시집 '비는 수직으로 서서 죽는다'를 들고 문단에 다시 나왔을 때 한국 시단은 경탄의 눈빛을 보냈다. "어설픈 사고와 감상의 대중적 푸닥거리와 쉬운 위안이 유행하는 시대에 이만큼 깊이 생각하고 끈질기게 생각하는 시인이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김우창)" "지난 천 년의 막바지에 마치 스톤헨지의 유적처럼 발굴되었다(정과리)" 등 호평이 이어졌다.

부산 고신대 의대교수를 지내며 병리학자와 시인의 길을 걸어온 허만하 시인. 그는 두 가지 길을 어떻게 조화롭게 이끌어왔을까. 그는 "내가 시를 지켜주기도 했지만, 시 또한 나를 지켜 주었다"고 했다. 그는 생활인과 예술인의 길이 공존했던 30년 간 삶의 궤적을 데리다의 말로 압축했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은 독립된 별개의 것이 아니라 서로서로 의지해서 존재하는 상관적 존재'라는 사실!

유안진 시인은 대학 2학년 때 시작 노트를 들고 박목월 시인을 찾았다. 그는 박 시인과 설렁탕 집에서 점심 식사를 하게 됐다, 소금 그릇이 박 시인 그릇 옆에 있자 유 시인은 그것을 가져올 용기가 없어 설렁탕을 맹탕으로 먹었단다. 그 과정을 알고 있었던 박 시인은 그 일을 훗날 수필로 썼다. 유 시인에 대해 '저렇게 숙맥인 걸 보니까 시는 제대로 쓰겠구나'라는 평가를 남겼다. 그 뒤 유안진 시인은 박목월 시인이 '현대문학'에 추천한 10명 안팎의 시인에 드는 영예를 누렸다.

'나는 시인이다'는 월간 '현대시' 부주간인 저자가 2001년부터 10년간 시인들과 나눈 이야기를 묶은 대담집이다. 저자는 이미 작고한 김춘수, 오규원, 박찬 시인을 포함해 허만하, 서규정, 배한봉, 성선경과 같은 부산·경남지역 시인 등 35명을 인터뷰했다. '현대시', '유심' '열린시학' 등 문학잡지에 실렸던 원고들을 모았다. 시인들의 생생한 육성을 통해 시와 시론, 내밀한 개인사를 접하고 나니 그들의 시들이 새롭게 보인다. 이재훈 지음/팬덤북스/570쪽/1만8천 원.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http://news20.busan.com/news/newsController.jsp?newsId=20110401000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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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인이다


우리시대 시인 서른다섯 명의 내밀한 고백

 

           지은이  이재훈

              판  형  140*210/ 무선

              발행일  2011년 4월 15일

              페이지 576페이지

              분  야  문학 > 비소설

              ISBN  978-89-94792-14-9  13810

              가  격  18,000원

 

 

서른다섯 명의 시인이 고백하는 육성은 그들의 시를 더욱 풍성하고 적확하게 읽을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한다. 저자의 말대로 시인은 특별하다. ‘이율배반적인 인간형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흠모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독자는 이 책을 읽으며 어느새 시인의 머릿속으로, 가슴속으로 들어가는 행복한 경험을 할 것이다.

시인은 시 안으로 숨는다. 비의(秘義)다.
그 비의를 읽기 위해 시인과 시인의 대화를 엿듣는다.
다시 시(詩)의 시대는 오는가?

어떻게 쓸 것인가? 시인의 고민이다. 어떻게 읽을 것인가? 독자의 고민이다. ‘어떻게’라는 화두는 같지만, 시인은 쓰고, 독자는 읽는다. 최근의 시들은 그 시인과 독자 사이가 너무 멀게 느껴지게 한다. 시적으로 표현하자면 우주적 깊이라고 할 만하다.
1980년대를 문단에서는 시의 시대라 했다. 1990년대 소설의 시대를 거쳐 2000년대로 들어서면서 한때 문학의 위기, 시의 죽음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떠돌았다. 참여와 비참여를 떠난 지점에서 무의미시, 비대상시, 날이미지시, 해체시 등의 방법론적 분류가 난립했다. 그러다 느닷없이(과연?) 미래파가 등장했다. 미래파는 창작론적으로, 의미론적으로, 정서적으로 새로웠다. 문단은 새로워하면서도 내심 당황했다. 내부로의 침잠, 암호화된 정서, 독특한 상상력, 극단으로 치닫는 표현과 형식, 낯선 은유 등은 새롭지만 해독이 어렵다는 독자들의 불평을 들어야 했다. 미래파라는 용어에 대한 논란의 여지는 아직도 유효한 가운데, 문제는 시 독자들의 수가 반토막되었다는 상황은 현실이라는 것이다. 그 책임이 소위 미래파라 불리는 시인들에게 있다는 말은 물론 아니다. 미래파에 맞서 극서정시를 주창하며 최근 조정권, 이하석, 최동호 시인들이 시집을 펴내기도 했다. 결과는 두고 볼 일이다. 시인도, 독자도 서로의 공통분모를 찾지 못하고 눈치를 보는 중이라 해야겠다.
와중에 문학 전문 출판사들은 새로운 시집 출간에 열을 올린다. 문학동네 출판사는 획기적인 판형의 시집을 선보였고, 잠시 주춤하던 민음사와 문예중앙 등의 출판사 들도 새로운 기획을 펼치고 있다. 시 전문 문예지들도 의욕적이다. 다시 시의 시대가 올 것인가?
마침 의미 있는 책이 하나 나왔다. 월간《현대시》부주간인 이재훈 시인이 다른 시인들과 만나 나눈 이야기를 묶어 대담집을 펴냈다. 대담은 멀리 2001년부터 올해 봄에 걸쳐 이루어졌다. <현대시>, <유심>, <열린시학> 등에 실렸던 원고를 모았다. 이미 작고한 김춘수, 오규원, 박찬 시인을 포함한 서른다섯 명이다. 시인들이 직접 말하는 자신의 시와 시론(詩論), 그리고 내밀한 개인사를 읽고 나면 새삼 시들이 다시 읽힌다.
시인 인터뷰는 생각만큼 쉬운 것이 아니다. 인터뷰 대상에 대해 상당히 많은 준비를 요한다. 최대한 그 시인의 시를 읽어야 하고, 그에 대한 평론도 꼼꼼히 찾아야 한다. 이전의 인터뷰도 챙긴 후에 적절한 질문을 만들어야 한다. 모르면 시인의 답변에 대응을 못해 대담이 산으로 올라갈 수도 있다. 이 책의 장점은 인터뷰어인 이재훈 시인이 꼼꼼한 시/시인 읽기를 통해 유효적절한 질문을 던진다는 것에 있다. 시인의 일상으로 들어가 마음을 열기도 하고, 유년 또는 문청 시절에 겪은 여러 경험들을 통해 시인의 시관, 시 세계를 엿보기도 한다. 그러다 시인의 시에 대해 전격적으로 공격한다. 질문하는 시인과 답변하는 시인 사이에 긴장이 흐르는 순간이다. 아마도 독자는 그 긴장이 즐거우리라.
서른다섯 명의 시인이 고백하는 육성은 그들의 시를 더욱 풍성하고 적확하게 읽을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한다. 저자의 말대로 시인은 특별하다. ‘이율배반적인 인간형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흠모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독자는 이 책을 읽으며 어느새 시인의 머릿속으로, 가슴속으로 들어가는 행복한 경험을 할 것이다.

월간《현대시》부주간인 이재훈 시인이 다른 시인들과 만나 나눈 이야기를 묶어 대담집을 펴냈다. 이미 작고한 김춘수, 오규원, 박찬 시인을 포함한 서른다섯 명이다. 시인들이 직접 말하는 자신의 시와 시론(詩論), 그리고 내밀한 개인사를 읽고 나면 새삼 시들이 다시 읽힌다.

평소 다방식 커피를 즐겨 마셨다는 고 김춘수 시인이 평생의 라이벌로 여긴 시인은 김수영뿐이었다. 역사허무주의자였지만 현실에 대한 울분 같은 것도 가지고 있던 시인은 ‘김수영의〈풀〉같은 작품을 보면서 내가 써보고 싶었던 것을 벌써 썼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일종의 라이벌 의식, 질투’를 느꼈고, ‘그래서 의식적으로 더 내면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시인이 역사허무주의자가 된 일본에서의 경험과 후배 시인들에게 주문하는 ‘큰 시인’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30년 만에 내놓은 두 번째 시집《비는 수직으로 서서 죽는다》로 ‘지난 천 년의 막바지에 마치 스톤헨지의 유적처럼 발굴되었다(정과리)’는 찬사를 받은 허만하 시인. 그가 밝히는 독특한 사유와 시론은 30년간 묵묵히 시인의 길을 걸어온 내공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나는 끝까지 시인입니다”라는 그의 말에서 이 대담집의 제목《나는 시인이다》가 나왔다.

이승훈 시인은 자아 탐구, 모더니즘과 해체, 그리고 선(禪)에 이르기까지의 삶과 문학 여정을 밝힌다. 시인은 ‘삶과 시의 경계뿐만 아니라 시와 비시의 경계도 깨야’ 한다고 말한다. 시인은 이제 ‘삶에서도 시에서도 한결 자유’를 느낄 경지의 깨달음에 이르렀다.

고 오규원 시인은 김춘수의 무의미시론과 자신의 날이미지시론을 서로 비교하며 설명하여 독자의 눈을 밝게 만든다. 그에 의하면 무의미시는 ‘심리적, 주관적 묘사의 세계’이다. 반면 날이미지시는 ‘관념화되기 이전의 의미’여서 ‘존재의 현상을 날것 그대로’ 묘사한다. 사실적, 발견적, 직관적 세 가지로 구분하는 날이미지는 시인 자신의 시를 빌려 설명해 이해를 돕는다.

시를 쓸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든 유년 시절과 목월의 제자가 된 사연을 들려주는 유안진 시인. 고교 문사에서 문학청년 시절을 거쳐 등단하기까지의 이야기와 그만의 세계관, 인간에 대한 애정을 말하는 정호승 시인. 쇳물은 물도 불도 아니라는 연금술적 상상력을 보이는 노동자 시인 최종천. 서른다섯 명의 시인이 고백하는 육성은 그들의 시를 더욱 풍성하고 적확하게 읽을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한다. 한편 1992년《현대시세계》로 같이 등단하여 우리 시의 확장성을 선보이는 동년배 시인 강정과 김태형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다.

저자의 말대로 시인은 특별하다. 특별한 시인도 역시 한 사람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독자는 시인의 머릿속으로, 가슴속으로 들어가는 행복한 경험을 할 것이다.



이 책의 구성은…….


* 내 생애에 시인으로서 라이벌 의식을 가진 시인은 김수영뿐입니다. - 김춘수

* 나는 끝까지 시인입니다.  - 허만하

* 자아 탐구에서 자아가 없다는 인식에 도달하기까지 30년이 걸린 셈입니다. - 이승훈

* 시인은 모국어의 창조자이니까 시어까지도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지요. - 유안진

* 날이미지시는 관념화되기 이전의 의미를 존재의 현상에서 찾아내어 이미지화하는 시입니다.       - 오규원

* 시의 본질이라는 게 서정의 물기 같은 게 아닐까요. - 정호승

* 나이가 드니까 시를 투명하게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 한영옥

* 살아 숨 쉬는 정신주의는 육체성이 깃들어야 합니다. - 최동호

* 주변 장르로 전락한 시의 화려한 부활 혹은 변모를 꿈꿔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우리 앞에       놓여 있어요. - 원구식

* 자연이든 사회든, 서정시든 서사시든 본질적인 것은 인간이고, 인간의 관계고, 인간의 태도입      니다. - 김정환

* 시의 죽음이야말로 새로운 시의 탄생을 가능케 하는 최고의 질료. - 남진우

* 두 번째 은유, 곧 은유를 은유한 언어가 시가 되는 것이지요. - 이사라

* 굳이 저의 이념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저는 처음부터 끝까지 휴머니즘밖에 없다고 말할 겁      니다. - 박찬

* 존재론적 성찰을 통해 내 안의 적들과 싸우는 관계가 성립되는 거죠. - 이재무

* 시인은 일종의 물(物)에 최면을 거는 샤먼. - 김명리

* 저는 시를 절대로 작위적으로 쓰지 않습니다. ……즉발적으로 나올 때 씁니다. - 서지월

* 쇳물은 물도 아니고 불도 아닙니다. 물인 동시에 불이고, 불인 동시에 물입니다. - 최종천

*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피폐해지고 황폐해진 내 삶을 다시 구원해 준 건 시였습니다.

  - 이진영

* 저는 의도하지 않음을 통해서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고진하

* 저의 언어가 가장 반발하는 것은 의미 과잉 내지는 주도의 언어이지요. - 손진은

*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이 바로 물속이고 아틀란티스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 성선경

* 상징이니 은유니 하는 것들로부터 벗어나 백병전으로 몸과 싸워 보고자 했습니다. - 서규정

* 내 시의 말들이 통각의 말들이었으면 좋겠습니다. - 장대송

* 내가 꿈꾸는 나의 궁극은 내가 나를 설명할 수 있는 날이죠. - 허연

* 저는 되레 더 큰 배반과 더 예리한 당착을 추구합니다. - 강정

* 이제는 이미지들이 안으로 집중되면서 소용돌이치는 상징의 힘에 제 몸을 맡기는 쪽입니다.       - 김태형

* 저는 밝고, 화려하고, 강한 것보다는 어둡고, 쓸쓸하고, 약한 것들에 천성적으로 마음이 가닿      는 쪽이거든요. - 김선태

 * 사물보다는 사물과 사물 사이, 어떤 한 세계보다는 세계와 세계 사이, 그곳에 자꾸 시선이       갑니다. - 김소연

* 한 편의 시가 교란이 아니라면 무엇으로 존재할 수 있나요. - 이수명

* 결국 일상이 만들어 내는 파장에 제 귀는 쏠려 있습니다. - 유종인

* 저는 기본적으로 ‘시란 내 사고가 만들어 내는 상품이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 김영남

* 경험 과학이나 실증 과학의 언어로 말할 수 없으니까 상징적 언어(시적 언어)로 말하는 거 아      닌가요? - 김점용

* 방법론이지만 전 영화를 만들 듯이 시를 씁니다. - 배용제

* 시인은 창조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물에 대한 애정이 각별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 배한봉

* 의미를 사유하는 문장보다는 이미지를 사유하는 문장이 더 구체적 언어에 가깝지 않을까요.       - 여정


저자의 말


시인들은 특별한 인간들이다. 한없이 천진난만하다가도 독선과 아집으로 똘똘 뭉쳐 있고, 무(無)와 유(有), 욕망과 버림의 사이에서 늘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면서도, 누구보다 자기 세계가 확고하다. 하지만 안주하는 법은 없다. 남들이 가지 않았던 또 다른 세계를 넘보려 기를 쓰는 족속들이다. 질서보다 혼돈을 좋아하는 것 같지만, 고요한 침묵을 즐길 줄 안다. 자본 문명의 시대에 가장 이율배반적인 인간형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흠모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대담이란 핑계로 시인들과 나눈 말과 시간들. 내 문학적 청춘의 가장 잊지 못할 추억거리로 남았다. 대담을 진행하면서 아주 즐거웠다. 내가 만난 시인들은 문청 시절 내 문학 공부의 텍스트가 되었던 장본인들이었다. 그들의 시를 읽고 평하면서 문학 수련의 담금질을 했던 내가 그들과 직접 만나 육성을 듣는다는 것은 대단히 흥분되는 일이었다.”


본문 내용


<김춘수 시인>

이재훈 : 60년대 김수영이 참여의 길을 가게 되었기 때문에 선생님께서는 그 반대 진영 쪽이라 할 수 있는 내면세계로 더 침잠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김춘수 : 그 말이 옳기는 옳은 말입니다. 저는 아까 말했다시피 이데올로기에 대한, 사상과 역사라는 것에 대한 회의가 생겼습니다. 지금도 이 역사허무주의자의 함정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에 부딪히면 현실에 대한 울분 같은 것도 또 있는 것 아닙니까. 그래서 〈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 같은 시도 썼지만, 내 본래 의식은 역사허무주의였습니다. 역사나 현실의 문제에 대해 등을 돌리고 있었지요. 그때 김수영의 〈풀〉 같은 작품을 보면서 내가 써보고 싶었던 것을 벌써 썼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종의 라이벌 의식, 질투가 생긴 거지요. 나보다 선수를 쳤구나, 하는 생각. 그래서 의식적으로 더 내면으로 들어오게 된 것입니다.

이재훈 : 선생님은 김수영을 가장 큰 라이벌로 생각하셨나요?

김춘수 : 했지. 그때뿐만 아니라 내 생애에 시인으로서 라이벌 의식을 가진 시인은 그 사람뿐입니다. 미당 같은 시인도 있었지만, 나와는 시적 세계관이 너무 다르니까 그런 의식을 가질 필요는 없었지요.


<이승훈 시인>

김춘수의 무의미시론은 관념의 제거를 노리는, 이른바 묘사적 이미지에서 자유연상, 통사 해체로 발전합니다. 오규원의 날이미지시론은 말 그대로 관념의 흔적이 없는 날이미지를 추구하고, 그런 점에서 김춘수의 묘사적 이미지를 발전적으로 계승합니다. 내가 주장한 비대상시론은 김춘수의 자유연상을 발전적으로 계승하지만, 나는 자유연상보다 액션 페인팅(action painting)의 논리, 곧 억압된 무의식의 투사를 강조했습니다. 김춘수가 대상의 재구성, 대상과 이미지의 거리를 강조하고, 이때 대상의 의미, 곧 지시적 의미의 소멸을 강조한다면, 오규원 역시 이런 재구성, 곧 대상의 날이미지를 계속 추구하고, 나는 이런 대상의 문제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요컨대 김춘수, 오규원은 대상을 전제로 무의미, 날이미지를 추구하지만, 난 출발부터 그런 대상이 없고, 따라서 나의 내면, 무의식이 문제였습니다. 시의 경우엔 김춘수는 이상과 정지용 사이에 있고, 오규원은 이상과 김수영 또는 김수영과 김춘수 사이에 있고, 나는 이상과 김춘수 사이에 있습니다.


<정호승 시인>

시는 본질적으로 은유에요. 은유가 없는 진술은 공허할 수밖에 없고요. 시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은유의 품 안에서 진술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해요. 어떤 진술적 시라도 하나의 은유성을 띠고 있는 거죠.



지은이 


이재훈

1972년 강원 영월 출생.

1998년 《현대시》로 등단하여 시를 쓰기 시작했다.

국문학과 문예창작을 전공하여 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학에서 문학과 글쓰기를 강의하고 있으며,

《현대시》 부주간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으로 《내 최초의 말이 사는 부족에 관한 보고서》,

지은 책으로 《현대시와 허무의식》, 《딜레마의 시학》이 있다.


ipoet@hanmail.net

http://ipoet.tistory.com 

http://twitter.com/hoonyletter



차례 


의미와 무의미의 변증법을 찾아서 _ 김춘수

풍경과 실존과 시인 _ 허만하

비대상에서 선(禪)까지 _ 이승훈

‘봄비 한 주머니’ 들고 온 세상의 누이 _ 유안진

날이미지시와 무의미시 그리고 예술 _ 오규원

슬픔과 사랑이 자아내는 서정의 원리 _ 정호승

적극적 마술로 잉태한 마음사람 _ 한영옥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에 대한 명상 _ 최동호

시인, 名기타리스트 그리고 순교자 _ 원구식

황색예수 이후, 또 다른 서시(序詩)를 찾아서 _ 김정환

사과나무 아래로 귀환한 오르페우스의 꿈 _ 남진우

‘미학적 슬픔’의 참된 모습과 조우하며 _ 이사라

먼 곳에 대한 그리움의 미학 _ 박찬

몸에 피는 추억, 그 보폭을 따라서 _ 이재무

고통과 즐거움이 상생하는 귓속말 _ 김명리

햇살 나리는 산모롱이에 핀 서정의 꽃 _ 서지월

수렵의 시인에서 관능의 시인까지 _ 이진영

문화에서 건져 올린 한 노동자 시인의 인간학 _ 최종천

우화등선을 꿈꾸는 호랑나비돛배를 타고 _ 고진하

숲을 설레게 하는 두 힘을 생각하며 _ 손진은

물속에서 비상하는 고래에 대하여 _ 성선경

상채기 많은 진눈깨비의 아름다움 _ 서규정

검은빛 기억을 날아다니는 새 _ 장대송

일찍이 허무를 알아 버린 푸른 낭만주의자 _ 허연

처형극장에서 세상을 보다 _ 강정

메탈 지프를 타고 노란 잠수함으로 가라앉기 _ 김태형

진정한 아름다움에 대한 성찰 _ 김선태

세상의 변죽들에게 바치는 매혹의 언어 _ 김소연

투명한 착란과 자유로운 공황의 미학 _ 이수명

‘미친 누이’에게 보내는 아득하고 근사한 기다림 _ 유종인

오브제 올라타기, 혹은 감싸 안기 _ 김영남

벗겨지지 않는 시의 ‘빤쭈’ 벗기기 _ 김점용

이 달콤한 감각의 세계에서 _ 배용제

신령스런 은자의 맑고 투명한 저 힘 _ 배한봉

지금도 21C 콜로세움에서 꿈틀대는 벌레 11호 _ 여정

Posted by 이재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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