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훈의 시 「산책」을 읽고

현대인들의 비극은 고향 상실에 있다. 찌그러지고 가난한 현실적인 고향이 아니라 마음이 돌아가 편히 쉴 고향 말이다. 그러니 외로울 수밖에 없다. 외로운 자는 그림자를 벗삼아 낯선 거리를 걷는다. 레미콘 트럭의 바퀴에 치어 압사하는 햇살. 어부가 되고 싶다는 중얼거림을 졸졸 따라오던 그림자도 압살된다. 그러나 실체가 아닌 것은 생노병사가 없다. 어둠이 오고, 시인의 고독이 마침내 당도하는 닫힌 방문. 자취방 문을 열면 거기 이불이라도 따뜻하게 깔려 있을 것인가.

(배한봉)
Posted by 이재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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