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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별의 노래

시詩 2006. 2. 14. 15:01
결별의 노래
― 성배(聖杯)를 찾아서

흰 눈을 만나기 위해
폭염을 견디었는지 모른다
먼 기억으로 터져나오는 울음 소리,
도시의 거리와 거리, 사람과 사람이
서로 엉켜 태연히 입 맞추는 소리,
이 땅은 풀벌레 소리도 서러움이다
마음이 없는 몸을 질질 끌고
미술관으로 가서 꽃 가득한 정물화를 본다
지지 않는 꽃, 수없이 그리워하고 약속했던 꽃
나는 그림 속의 화려한 상징에만 골몰했다
마음이 없는 몸을 질질 끌고
시위대를 지나고 학교를 지나고
걸음을 멈추게 했던 대형전광판을 지난다
역사도 없고 분노도 없는 권태로운 시간을
홑날로 벼리는 젊은 어깨의 그림자
그림자들이 서로 만나 어둠을 만들고
어둠을 지키기 위해 네온사인이 하나 둘 켜진다

어제의 일이 까마득하다
하룻 밤새
이마 위에 주름이 깊어 눈이 감기고

매서운 눈보라가 휘몰아 친다
차가운 결정(結晶),
그 위에 금빛새가 발자국을 찍고
푸드득 날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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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재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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