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쓰는 후배가 보내준 손글씨 이미지.

늦은 밤 잠들지 못할 때, 불현듯 썼다고 한다.

사소한 것 같지만, 내겐 감동이다.

누군가 내 시를 읽는 순간의 흔적이니.

이 시의 원문은 아래와 같다.^^

 


 

  수난의 돌

 


   이재훈

 


   배에 묶였네. 거친 물결을 헤치는 밤이네. 빛을 따르지 않는 시간들. 어떤 질서도 나를 잡아둘 수 없네. 나는 결박당한 존재로 남고 싶지 않네. 비열하고 음란한 무리들과 거래하고 싶지 않네. 과오를 자랑스레 떠벌리는 사람들. 턱을 괴고 앉아 당신의 이름을 떠올렸네.
   원숭이의 몸을 먹는 사람들이 있다네. 차라리 아무런 빛이 나지 않는, 딱딱한 존재이고 싶네. 맞고, 깨지고, 터져도 결코 존재가 소멸되지 않는 정적의 존재이고 싶네. 결여가 힘이 된다는 금언을 믿고 싶지 않네. 채찍질당한 몸은 징그러운 흉터가 남네. 흉이 없는 육체이고 싶네. 
   황금지팡이를 들고 죽은 자들의 영혼을 불러 모으고 싶네. 당신을 안으려 했지만, 연기처럼 내 몸을 훑고 떠나갔네. 이제 그림자만 남은 당신의 흔적. 햇살이 돋아야만 기억이 눈에 차오르네. 인간을 떠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인 삶이라니. 수많은 돌 틈에 내던져진 몸이 있네. 한 천 년 굴러도 이름 없는 몸이 있네.

'시시각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느 술집의 기록  (0) 2013.09.27
가관...  (0) 2013.08.26
20130601_ 진주 이형기문학제 참석  (0) 2013.06.05
20130530_ 현대시작품상 시상식  (0) 2013.06.05
찍혔다...  (0) 2013.06.05
Posted by 이재훈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