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의 나날

어머니
저는 당신 물속에서
가득 충전되어
이 세상에 나왔는데
이곳은 너무 건조하군요

어머니
이제 방전된 제 몸에
스위치를 올리렵니다
딸깍 딸깍

들리세요?
제 몸에 불이
켜졌다 꺼졌다 하며
날이 갑니다
참, 많이 아픕니다


나는 밤이 없다고 했다
밤이 없으므로 당신을 한 번도 뉘인적 없다고도 했다
어느 날 백야처럼 쉼없는 날들이라며
당신은 내게 밤을 주셨다
오로지 나의 안락으로 밤은 하나씩 채워졌다
내 청춘이 지던 때
당신은 그때 기적을 보여주셨다

헤진 모자를 쓴 당신
내게 밤이라는 단어를 주셨다
눈물이 흐르는 걸 잘 가릴 수 있게
작은 흐느낌도 잘 들을 수 있게

밥이란다
먹고 사는 일이란다
눈물이란다
이젠 어느 입에도 들어갈 수 없는
숟가락들이 모여 등을 맞대고 있다
한때는 수많은 입을 받아냈던 몸
기(氣)만 남아 반짝 빛난다

생각해보면 차갑고 완고했다.
무엇을 물고 늘어지기 위해 온몸은 잔뜩 긴장돼 있었다.
예민하고 민첩한 이성은 없었다.
타인의 무게에 반항했다.
언젠가는 악물었던 입의 힘을 빼야 한다.
모든 것을 풀어놓고 바닥에 몸을 눕힌 사람들.
그 바닥에는 타인의 몸에서 떨어져 나간
상처의 흔적들만 가득하다.


_ 글. 사진 : 이재훈
_ 장소 : DOP 조형예술연구소(조각가 도일 작업장)

_ 출처 : <시와반시>, 2009년 가을호



 

Posted by 이재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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