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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1.22 [시가 있는 월요일] 스스로의 온기로 사는 나이
  2. 2015.01.29 EBS 라디오 시콘서트

[시가 있는 월요일] 스스로의 온기로 사는 나이

  • 허연 
  • 입력 : 2018.11.26 00: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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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란 걸 잊지 말아야 한다.
나는 이제 소년을 간신히 넘었을 뿐인데.
눈물을 참아야 하고 그리움도 참아야 하고
홀로 식당 문을 들어서는 서글픔도
지루한 술자리도 참아야 한다.
아직도 쓸쓸함을 사랑할 수 없나.
차가운 거리를 헤매다 방 안에 들어와
몸을 웅크리고 잠을 청할 때.
내 몸에 남아 있는 허약한 온기.
엎드려 시를 쓰는 사람.
엎드려 생각하는 사람.
엎드리는 일이 사랑하는 일이라지만
엎드리는 일은 자신을 잊는 일.
엎드려 이제
스스로의 온기로 인해 나는 살겠다.
- 이재훈作 `불혹` 중


중년이 된다는 건 눈물도 참고 그리움도 참는 일일까.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말이다.
울고 싶을 때 마음껏 울고, 그리움이 밀려올 때 마음껏 그리워할 수 있는 건 젊음만의 특권일지도 모른다.

불혹을 넘겨 중년이 되는 건 `스스로의 온기로 사는 것`이라는 시인의 말이 가슴을 친다.누구나 거치는 통과의례겠지만 젊음과 헤어지는 순간은 언제나 쓸쓸하다.

그래도 그 시절 눈물과 그리움을 실컷 앓았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지도 모른다. 그때의 눈물과 그리움이 나를 키웠을 테니 말이다. 삶은 여전히 계속된다.

[허연 문화전문기자(시인)]


출처 :  http://opinion.mk.co.kr/view.php?year=2018&no=737477

Posted by 이재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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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방송에 나갔는지는 모르겠네. 작년 가을인데.
EBS라디오 <강성연의 시콘서트>에서 아래의 시를 낭송하고 짧게 코멘트 했었다.
이제 불혹에 대해 아무 느낌도 없는 나이가 되었음.^^

 


불혹

 

 

 

어른은 큰 소리내지 않는단다

마음에 생채기를 남기고 비겁한 자가 되겠지

담배 연기만 품어대며, 다 안다는 듯

끄덕끄덕대기만 하겠지

날 어른이라 부르는 손가락들

그 모든 비겁도 눈 감고

어떠한 격정에도 미혹되지 않는

어른들의 세계

이미 네 앞의 시간들은 결정된 것

가르치려 드는 꼰대들에게

다리를 까딱거리고 딴지를 걸고 싶더라도

어른이란 걸 잊지 말아야 한다

나는 이제 소년을 간신히 넘었을 뿐인데

눈물을 참아야 하고 그리움도 참아야 하고

홀로 식당문을 들어서는 서글픔도

지루한 술자리도 참아야 한다

아직도 쓸쓸함을 사랑할 수 없나

차가운 거리를 헤매다 방안에 들어와

몸을 웅크리고 잠을 청할 때

내 몸에 남아 있는 허약한 온기

엎드려 시를 쓰는 사람

엎드려 생각하는 사람

엎드리는 일이 사랑하는 일이라지만

엎드리는 일은 자신을 잊는 일

엎드려 이제

스스로의 온기로 인해 나는 살겠다

 


 

불혹이라는 시는 제가 마흔을 넘어가면서 쓴 시입니다. 어딜 가서 나이 얘기를 잘 안하는데요. 서른을 넘길 때와 마흔을 넘길 때는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서른 때에는 빨리 나이를 먹고 싶었는데, 마흔이 되니 달라지더군요. 이제 나이 먹고 싶지 않거든요. 그래서 마흔이 넘어가면서 꼭 ‘마흔’이라는 시간에 대해 시를 써보고자 생각했습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마흔’이라는 시는 많겠지요.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마흔의 의미가 또 있는 것이니까요. 마흔이 넘어가니 주변의 모든 분들이 이제 어른이 다 됐네, 라고 말합니다. 어른이 된다는 건 무슨 말일까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어른이라는 것은 참으라는 말인 것 같습니다. 눈물도, 그리움도, 외로움도, 꿈과 희망도 참아야 하고 비겁한 일도 모르는 척 넘기는 게 어른인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참아야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잊지는 않고 싶습니다. 모두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겠지만 그런 어른이라면 어른이 되기 싫은 거지요. 차라리 엎드리라면 엎드리는 게 낫겠지요. 눈물도, 그리움도, 외로움도, 꿈도 희망도 참지 않는 어른이면 참 근사하지 않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이재훈)

 

Posted by 이재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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