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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0.08 [다시 읽는 명시 3] 이승훈_ 너를 본 순간

너를 본 순간


이승훈


너를 본 순간
물고기가 뛰고
장미가 피고
너를 본 순간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너를 본 순간
그동안 살아온 인생이
갑자기 걸레였고
갑자기 하아얀 대낮이었다
너를 본 순간
나는 술을 마셨고
나는 깊은 밤에 토했다
뼈저린 외롬 같은 것
너를 본 순간
나를 찾아온 건
하아얀 피
쏟아지는 태양
어려운 아름다움
아무도 밟지 않은
고요한 공기
피로의 물거품을 뚫고
솟아오르던
빛으로 가득한 빵
너를 본 순간
나는 거대한
녹색의 방에 뒹굴고
태양의 가시에 찔리고
침묵의 혀에 싸였다
너를 본 순간
허나 너는 이미
거기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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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사랑은 느리게 온다. 몸이 알아챌 무렵,
그 사랑은 이미 거기 없다.
물고기가 뛰고 장미가 피었을 때.
그것이 사랑이 반짝이는 비늘이었음을 알아챌 때는
이미 몸은 저만큼 앞질러 가있다.
투명한 의식만 달랑달랑거린다. (記. 이재훈 시인)

Posted by 이재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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