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후감

산문 2010. 10. 11. 14:52

|선후감選後感|

2010년 신인추천작품상 하반기에는 약 150여명 정도가 응모해 왔다. 눈에 띄는 것은 응모 작품의 편수가 이전에 비해 상당 부분 줄었다는 점이다. 응모 작품의 수가 줄어든 이유가 무엇인지 여러 각도를 통해 진단해 보았다. 먼저, 그동안 투고해 왔던 당선권 내의 응모자들이 이미 당선되었을 경우이다. 예비 시인의 인프라가 예전에 비해 얇아졌다고 볼 수 있다. 또 하나, 시 잡지의 증가로 등단 경로가 훨씬 넓어졌다는 점이다. 몇 잡지에 집중적으로 응모가 되었던 것과는 달리 응모자들이 분산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가장 문제시되는 것은 젊은 응모자들의 수가 줄었으며, 시적 역량 또한 부족하다는 점이다. 젊은 세대의 응모자들은 문창과나 국문과 출신의 학부와 대학원생들이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창작 교육을 통한 ‘잘 만들어진 시’라는 한계점을 노출하고 있다.

이번 심사에서는 응모 작품의 편수뿐 아니라 작품 수준도 예년에 비해 낮았다. 자기만의 개성과 언어감각을 지닌 응모자들이 적었으며, 새로운 시적 인식과 타고난 시인의 감수성을 가진 응모자들을 만나기도 쉽지 않았다. 편집부에서는 본심에 올릴만한 작품으로 김혜숙, 남궁선, 서종현, 이서영의 작품을 주목했다. 이들 중에 우리는 특히 남궁선 씨의 작품에 주목했다. 「오랫동안 자라나는 아이들」 외 9편을 응모한 남씨의 시는 참신한 이미지가 돋보였다. 또한 시적 대상과 시적 자아와의 관계에 묘한 긴장이 생성되는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시 「가을의 탄생」과 같은 이미지와 시적 인식의 조화는 눈여겨 볼만 했다. 문제는 남궁선의 시가 가진 세계관에 대해 확신이 서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모호했으며, 시의 군데군데에서 발견되는 시적 언어의 습관화와 기성 시들의 답습, 인유의 식상함 등이 눈에 띄었다.

결론 지어 말하자면, 이들의 작품이 본심에 올라간다 하더라도 당선권에 들 만한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 오랜 논의 끝에 이번 심사에서는 본심을 따로 열지 않고, 당선자를 배출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 상반기 심사에서도 당선자를 내지 못했기 때문에 오랜 고민을 하였으나, 그것과 달리 좋은 신인을 뽑자는 취지 하에 아쉬운 마음을 뒤로 했다.

본지 신인추천작품상에 응모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당선자를 찾지 못했다는 죄송한 말씀과 함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_ 현대시, 2010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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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재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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