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숭아

시詩 2008. 2. 27. 12:09

이재훈


그대는 울고 있는 게 아니다
단지 태양을 보지 못했을 뿐
그러한 밤들이 지나고 있었다
피해야 할 것들을 피하지 못하고
오들오들 떨고 있는 모습,
어떤 멋진 말을 해도
바보처럼 보이는 그 순간에
비 맞고 서 있는 그대의 붉은 눈을 본다
그러한 밤들이 지나자
그대는 웃었다
대문 안까지 조용히 들어와
문만 열면 바라볼 수 있게 웃었다
너도 슬프다고 말해 주려다가
침묵했다
느리고 느린 이별의 발
말을 걸면 할 말이 너무 많아져
말없이 보내야 했던 밤
나는 몰라도 꽃은 알 것 같았다
검은 구름이 흘러가고
햇살이 눈동자에 와 닿는다
그러한 밤들이 지나고 있었다


_ 포에지 충남 2005년, 창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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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재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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