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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1.31 올랭피아

올랭피아

시詩 2008. 1. 31.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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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네, 올랭피아

얼굴을 폭로하지 않겠다. 다만 네 몸만 열 수 있으면 되겠다. 나는 단정하며, 울지도 않으며, 매달리지도 않는다. 널 바라보는 내 시선에는 관심두지 말았으면 좋겠다. 사람들만 보았으면 더없이 좋겠다. 나는 검고 너는 하얗고, 나는 몸을 숨기고 너는 발가벗었다. 공포를 두려워하지 않는 너는, 파렴치한 부자들도 풍요롭게 받아들일 줄 아는 너는, 신성한 오로라를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병적이고, 너는 유희적이야. 나는 머릿기름을 발라 올린 단정한 남자를 좋아하고, 너는 술 취한 밤처럼 헝크러진 머리칼을 가진 남자를 좋아하지. 나는 영혼이 없고, 갈망이 없고, 희망도 없지. 너는 사랑 하나면 된다 했지.

금빛 구두를 벗지 않았으면 좋겠다. 금빛 팔찌를 풀지 않았으면 좋겠다. 네 머리의 꽃장식과 별처럼 앙징맞은 귀걸이도 그냥 그대로면 좋겠다. 이방인의 세계야, 아아, 분신(焚身)이 아름다운 세계야. 코카인을 가득 털어 넣고 몸을 내어주면 더더욱 황홀한 세계야. 그렇지만 내 꽃은 빼앗지 말았으면 좋겠다. 나는 도둑처럼 훔쳐만 보고, 너는 성녀처럼 기도하지. 내 몸엔 새가 쪼은 흔적으로, 꽃가지가 할퀸 상처로 가득하지. 나는 온몸에 덮을 천이 필요하고, 너는 목과 손과 발에 장식할 금이 필요하지. 왼손으로 가린 너의 음부를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너는 언제나 아름다운 행위만을 원하지. 아아, 나는 눕고 싶어. 네 몸을 잊고 신비한 밤을 맞고 싶어. 달창난 내 피부가 아니라, 네 몸에 풍기는 값싼 향내를 사랑하고 싶어. 너무 많이 생각했어, 너무 많이 두려워했지. 너는 아름답고, 나는 추한 하녀지. 하얀 침대가 젖빛으로 가득한, 나른한 오후지.

_ <작가와 사회>, 2008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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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재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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