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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9.13 파스칼 키냐르, <세상의 모든 아침>(류재화역), 문학과지성사

“선생님. 마지막 수업을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마레 씨가 갑자기 활기를 띠며 물었다.

“내가 첫 수업을 해도 되겠소?” 생트 콜롱브 씨는 잘 들리지 않는 소리로 대꾸했다.

마레 씨는 고개를 뜨덕였다. 생트 콜롱브 씨는 헛기침을 했고,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그는 거칠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것은 어려운 일일세. 음악은 말이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기 위해 그저 거기 있는 거라네. 그런 의미에서 음악은 반드시 인간의 것이라고 할 수 없지. 음악이 왕을 위한 것이 아님을 알았는가?”

“그건 신을 위한 것임을 알았습니다.”

“그렇다면 자넨 틀렸네. 신은 말하지 않는가.”

“그럼 귀를 위한 것입니까?”

“내가 말할 수 없는 것이 귀를 위한 것은 아니네.”

“그럼 황금을 위한 것입니까?”

“아니. 황금은 들을 수 없지.”

“영광입니까?”

“아니네. 그건 명성에 불과하네.”

“그럼 침묵입니까?”

“그건 언어의 반대말에 불과하네.”

“경쟁하는 음악가입니까?”

“아냐!”

“사랑입니까?”

“아냐.”

“사랑에 대한 회한입니까?”

“아니네.”

“단념을 위한 겁니까?”

“아니냐. 아니야.”

“보이지 않는 자에게 바치는 고프레를 위한 겁니까?”

“그것도 아니네. 고프레가 뭔가? 그건 보이지 않나. 맛이 나고. 그건 먹는 거 아닌가. 그건 아무것도 아니네.”

“더는 모르겠습니다. 선생님. 죽은 자들에게 한 잔은 남겨놓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네 자신을 태우게나.”

“언어가 버린 자들이 물 마시는 곳. 아이들의 그림자. 갖바치의 망치질. 유아기 이전의 상태. 호흡 없이 있었을 때. 빛이 없었을 때.”

 

Posted by 이재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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