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훈
지하철을 탔다. 男子가 바닥에 구토를 한다. 女子가 토사물을 손으로 쓸어담아 내게 건네준다. 누가 볼까 토사물을 내 옷가슴에 넣었다. 옆 사람의 가슴에서도 역겨운 냄새가 났다. 예수천당, 불신지옥. 그 카랑카랑한 목소리 때문에 구역질이 났다. 모두 핸드폰을 들고, 걸고, 만지고, 본다. 시끄러워, 시끄럽다니까! 소리를 질렀다. 골짜기에 나는 갇혔다.
지하철을 탔다. 쓰레기장 냄새가 났다. 무료 일간지들이 선반에 쌓였다. 한 노인이 내 무릎을 비집고 들어와 선반의 신문을 자루에 담는다.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아무도 날 바라보지 않는다. 칼을 꺼내 손목을 그었다. 나는 칼을 의지하며 살았어요. 나는 벌레요. 나는 사람이 아니에요. 아무도 날 바라보지 않았다. 칼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 가슴을 그으며 지나갔다.
지하철을 탔다. 시체 썩는 냄새가 났다. 다음 내리실 역은 무덤의 골짝입니다. 심장은 슬픔을 견디기 위해 존재하는 것. 손톱으로 손목의 상처를 긁어냈다. 심장을 파멸하기 위해 매가 날아 왔다. 사랑과 긍휼이 전혀 없는 목소리가 말했다. 나는 비애로 태어났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 무덤 안에도 사람이 살고 있느냐. 매의 등에 칼을 꽂았다. 지하철에 깃털이 날렸다.
어쩌면 무덤을 지나, 폭풍을 지나 당신을 보았을지도. 나는 영혼까지 죽이는 법을 모른다. 어미의 젖 빠는 법을 배우지 말았어야 했다. 영원히 잠들어야 했다. 흔적도 없이 사라질 존재만 사랑해야 했다. 그 이후로 아무에게도 이름을 지어주지 못했다.
_ 시와사상, 2007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