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연우의 시는 자연을 매개로 자신의 정서를 이리저리 감각적으로 궁굴린다. 대상을 어떻게 선취하고 이를 시적 감각으로 형상화하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이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적 대상을 자신의 정서와 같은 맥락으로 드러냄으로써 결국 ‘지금 여기’의 ‘나’를 보여주는 데 기여하고 있다. 당선작인 「하늘은 도대체 몇 개의 물뿌리개를 가지고 있는 것인가」는 모든 자연의 대상물이 의인화되어 시인의 감각 속에서 춤을 춘다. ‘구름’과 ‘바람’이 지휘를 하고, 음악 소리가 총 소리와 겹치면서 다양한 감각의 일탈을 보여준다. 시인이 더듬어내는 감각의 촉수는 ‘된장 끓는 냄새’와 ‘물먹는 하마’와 벤치에 있는 ‘츄리닝아저씨’까지 다다른다. 이런 장면들 속에서 시적 자아는 ‘아가미 없는 나’로 자신의 존재증명을 하고 있다. 서연우의 화자는 늘 자신의 존재증명에 시달린다. “나는, 두렵고 위험한 존재”(「슬픔증」)이며 “나는 치명적이”(「마음이 푸른 모든 이의 달」)라고 말한다. 서연우의 시는 ‘땅의 숨소리’를 그리워하고 ‘근원 모를 불안’과 매트릭스의 혼돈 속에서 ‘꿈꾸다 깬 사실조차 꿈’일 수밖에 없는 언어의 틈바구니를 이리저리 헤집고 있다. 앞으로 더 활달하게 펼쳐질 언어의 유랑이 기다려진다. (이재훈)
_ <시사사>, 2012년 11~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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