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복주의 시에는 해학이 있고 철학자의 사유가 깃들어 있다. 개라는 비극적 운명을 똥개의 습벽(習癖)과 퉁치고, 이를 다시 지혜의 말로 뱉어 놓는다. 시인의 페르소나라 할 수 있는 개의 말은 세속의 말인 동시에 스승의 말이다. 시에 등장하는 개들은 일상적인 개짓을 하기도 하지만 발레를 추거나 명상을 하기도 한다. 이런 일련의 부조리한 풍경들이 우리 인간사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을 대변해준다. 시인이 풍자를 넘어 또다른 사유의 품을 보여주기까지에는 여러 정신적 굴곡이 있었던 듯 싶다. 속리(俗離)의 깊은 산속으로 들어서기까지의 도정을 시집에서는 파란(波瀾)과 만장(萬丈)의 언어로 보여준다. 신산(辛酸)한 삶의 내력과 새로운 고향이 된 함양(咸陽)의 공간들은 시인에게 ‘야생의 정신사’를 쓸 수 있게 하는 힘이다. 산속의 개 산들이와 순일(純一)한 무아지경을 누리는 시인. 앞으로 우리는 지리산의 시인이 된 문복주가 펼치는 유곡의 사유를 오래도록 지켜볼 것이다.

 

_ 이재훈 (시인)

 

시집 정보 : http://blog.naver.com/mhjd2003?Redirect=Log&logNo=80177424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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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재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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