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학자료원. 23,000원. 양장본. 290쪽
[책소개]
"급하고 좁은 눈으로 바라본 작품의 세계는 어느 순간, 멀리서 뒤돌아보았을 때 그동안 보지 못했던 밑그림을 선사해 줄 경우가 많다. 또한 전혀 논리적 맥락이 필요하지 않는 시의 언어도 있으며, 간혹 시의 언어가 논리적 해석을 강력히 거부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그러나 시를 비평하는 행위는 결국 시가 가진 형식이나 내용의 한 지점을 붙잡고 의미를 불어넣는 일이다. 논리성이 필요없는 시에 대해서도 일정한 논리를 불어넣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시를 바라보는 가슴과 머리가 서로 길항하고 공모하는 가운데 배태된 언어들이 이 책에 가득 고여 있다. 그 속에서 시가 가진 언어의 몸을 이곳저곳 눌러볼 수 있었다. 필자의 글은 어쩌면 가치평가나 의미부여 혹은 비판과 해석의 궁지에서 헤어 나오려는 몸부림의 과정을 기록한 것이다. - <책머리에> 중에서
<내 최초의 말이 사는 부족에 관한 보고서>라는 개성있는 시집으로 시단에 활기를 불어 넣은 바 있는 이재훈 시인의 첫 번째 문학평론집. 이재훈 시인은 중앙대 문예창작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으면서 현재 시단에서 활발한 비평 활동도 함께 하고 있다.
젊은 시인의 눈으로 본 시읽기는 과연 어떠한 탐색, 증언, 풍경으로 이어질까. 이번 평론집에서는 시인의 눈으로 바라본 시의 풍경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렇기에 시인의 감수성으로 시를 새롭게 바라보려는 흔적이 책의 곳곳에 남아 있다. 날 서 있거나 새로운 담론을 생산하고 있는 비평의 언어는 아니지만 감수성 있고 풍부한 수사를 가진 비평적 언어가 매력이다. ‘딜레마’는 창작행위와 비평행위 사이에서의 고민에서 비롯한 상징적 언어이다. 이재훈은 시를 읽고 이해하고 가치평가하는 과정 중에서 논리적 전개가 아닌 감상적 직관이 자꾸만 글 속에 개입함을 느낀다. 그러면서도 논리적 맥락으로 시를 읽어야 하는 이중의 고민에 빠지게 된다. 이번 책에서는 이러한 딜레마들을 극복해가면서 성실한 시읽기의 전형을 보여준다.
[저자 약력]
1972년 강원 영월에서 출생했다. 1998년 「현대시」 신인상에 <수선화>외 4편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내 최초의 말이 사는 부족에 관한 보고서>, 연구서로 <현대시와 허무의식>이 있다. 현재 「현대시」편집장, 「시와세계」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중앙대 일반대학원 문예창작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중앙대, 경기대, 열린사이버대에서 강의했다. 현재는 건양대, 서울산업대에에서 강의하고 있다.
[구성]
1부는 탐색(探索)의 장이다. 한국 현대시의 공시적 단면을 조감하거나 주제론을 다룬 글들이다. 먼저 1970년대 시문학을 다룬 글이다. 산업화시대라고 말하는 70년대 시문학을 극복의 과제와 새로운 활로를 찾는 관점으로 파악했다. 다음으로 1950~60년대 시 중에서 모더니즘 시를 다룬 글이다. 모더니즘의 계보 속에서 50~60년대는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를 구체적인 텍스트 분석을 통해 해명한 글이다. 기독교적 상상력을 다룬 글은 현대시에 기독교적 세계관을 구현한 중요한 시인들을 중심으로 그 형상화의 양상을 구체적으로 분석했다.
2부는 증언(證言)의 장이다. 증언은 현장에서 발표한 시에 대한 나름의 분석보고서이다. 계간평이나 월평을 통해 2000년대 이후에 잡지의 현장에서 발표된 시편을 탐색한 글들이다. 최근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젊은 시인들의 개성적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3부는 풍경(風景)의 장이다. 시집 해설이나 서평 혹은 한 시인의 시세계를 다룬 글들을 모았다. 김영태, 이윤택, 김백겸, 김영남, 배용제, 위선환, 장석원 등을 비평하고 있다. 각 시인들은 저마다 개성있는 어법과 세계관으로 자신의 집을 짓고 새로운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다양한 스펙트럼의 시 풍경을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목차]
제1부 탐색
근대라는 딜레마, 혼돈의 질서
부정과 극복의 시학
한국 현대시에 나타난 기독교적 상상력
제2부 증언
새로운 증언의 목소리들
변신과 귀환
일상성의 몇 가지 양상과 전망
구멍의 시학
언어의 사원과 불멸의 노래
삶과 죽음이라는 운명의 변증법
풍경의 미학적 전거(典據)들
성찰의 풍경
제3부 풍경
무욕(無慾)과 정적(靜寂)의 세계 - 김영태 시집 『누군가 다녀갔듯이』
야성의 회복과 상생(相生)의 세계 - 이윤택 시집 『나는 차라리 황야이고 싶다』
비밀정원을 향한 영혼의 모험 - 김백겸의 시세계
성찰의 시학 - 김정희 시집 『세상을 닦고 있다』
치유와 구원의 시학 - 이원로 시집 『모자이크』
꽃과 신(神)의 기호 찾기 - 전길자 시집 『꽃의 기호』
자연의 전사록(轉寫錄) - 유승도 시집 『차가운 웃음』
유폐된 원형의 꿈과 그리움의 시학 - 윤지영 시집 『물고기의 방』
'흥'의 시학 - 김영남 시집 『푸른 밤의 여로』
소멸의 자리에서 진화하는 生의 감각 - 배용제 시집 『이 달콤한 감각』
기원(起源)과 관계의 시학 - 박강우 시집 『병든 앵무새를 먹어보렴』
관통의 수사학 - 위선환 시집 『새떼를 베끼다』
'검은 새'의 알과 아프락사스 - 장석원 시집 『아나키스트』
몽상의 감각들 - 박장호의 시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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