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훈의 첫 연구서인 <현대시와 허무의식>을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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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술정보 ISBN 978-89-534-7797-1 93810 2007.11.15일 발행 15,000원


허무의식은 단순한 역사적인 현상이 아니라 사유의 근본성격이며 근대에 들어서면서
세계를 바라보는 중요한 인식 중의 하나가 되었다. 이로 인해 허무의식은 시에서 가장
중요한 시적 사유의 하나로 자리잡게 되었다.

[책머리에]
이 책은 필자의 박사학위 논문을 수정 보완한 것이다. 문학을 더 공부하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했고, 창작뿐 아니라 문학에 대한 많은 이론적인 부분들을 연구할 수 있었다. 특히 필자가 ‘허무’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논문 연구 주제를 찾을 때부터였다. 창작과 학업과 생업을 모두 감당해야 하는 힘든 나날 속에서 문득 모든 일들이 회의적일 때였다. 노을과 구름과 꽃의 이름도 잊은 채 이 무슨 몸짓인가. 힘들 때마다 읽었던 헤르만 헤세, 니체, 파스칼을 들고 다녔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구원의 완성을 향해 온 정신을 불사른 자들이었다. 그것이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가능한 모든 신념에 회의(懷疑)하는 고투를 보여주었다. 이것은 거대한 역설이다. 그들은 삶의 모든 회의와 절망을 의지로 변화시킬만한 내공을 가진 이들이었다. 그리고 허무의 에너지를 가진 시인들이 눈에 들어 왔다.
허무의식은 일반적인 허무주의의 사상적 입장이 시를 통해 미학적으로 구현된 시의식을 말한다. 허무의식이 시세계를 이해하는 주요 개념어로 사용된 역사는 짧다. 하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허무’는 시에 나타난 주요한 정신적 요소였다. 허무의식은 세계와의 불화를 나타내는 인식적 방법이며, 세계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태도를 의미한다. 우리나라와 같은 역사적 현실 속에서 불화와 부정에 기반한 태도나 지향은 역사적 현실과의 관계 속에서 더욱 선명히 부각된다. 이런 맥락에서 유치환, 박인환, 이형기, 강은교는 각각 특수한 연대의 역사적 상황을 동력으로 삼는 현실인식을 가져왔으며 한국 현대시사에서 허무의식을 자신의 가장 중심적인 시세계로 삼아 왔다. 즉 이들에게 허무의식은 현실을 냉철하게 바라보며, 현실을 극복하고, 새로운 세계의 지향점을 찾는 인식의 핵심 내용에 속한다.
논문을 쓰면서 특히 어려웠던 부분은 허무주의의 이론적 기반이 한국의 현대시에 어떻게 투영되었는가를 탐색하는 점이었다. 필자의 철학에 대한 지식이 짧고 공부가 부족하여 이 부분을 심도있게 논의를 진전시키지 못해 아쉽다. 대신 꼼꼼한 나름의 시분석을 통해 허무의식이 한국의 현대시에 어떠한 양상으로 투영되었는지를 확인하고자 하였다.
이번 책은 허무의식이 현대시에 보편적인 인식의 방법임을 밝히고, 그 시의식이 어떠한 양상으로 펼쳐졌는지를 종합적으로 고찰한 결과물이다. 필자는 이 책을 통해 한 가지 문제의식만 던졌을 뿐이다. 이번 책이 가진 문제의식을 통해 허무의식이 현대시에 어떻게 수용되고 표출되는지를 더 깊게 파악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일 것이다.
필자에게는 이 책이 문학 연구의 첫 이정표가 되는 셈이다. 많은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주위의 권유를 뿌리치지 못해 세상에 책을 내놓는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많은 선생님들의 은혜를 입었다. 먼저 학위논문을 지도하여 세심하게 연구의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주시고 가르쳐주신 오세영, 감태준, 최문자, 구수경, 유성호 선생님들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그동안 대학원 석박사 과정을 잘 가르쳐주시고 지도해주신 신상웅, 이동하, 전영태, 이승하, 박철화 선생님들께 감사를 드린다. 또한 대학에서부터 학업뿐 아니라 참된 인간상을 몸소 가르쳐주신 김동기, 정경일, 김병국 선생님들께도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린다.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원구식 선생님을 비롯한 현대시 식구들, 김영남 선생님, 함께 대학원에서 공부한 동학들, 그밖에 도와주고 격려해주신 많은 선생님들께도 감사드린다.
마지막으로 이 책이 나오기까지 곁에서 지켜준 가족들의 배려가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새벽마다 자식을 위해 기도해주신 부모님께 감사를 드린다. 하루도 빠짐없는 부모님의 기도가 내 삶의 가장 큰 재산일 것이다. 논문을 쓴다는 핑계로 매일 늦은 귀가와 부족한 관심을 잘 참고 도와준 아내에게도 감사를 전하고 싶다. 그리고 엄마의 뱃속에서부터 나의 논문 집필을 지켜보아준 이제 막 태어난 복둥이딸 은율이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비 내리는 밤이다. 포근한 밤이다.

2007년 한여름에
이재훈

[목차]

Ⅰ. 서론
1. 문제제기 및 연구목적
2. 연구사 검토
3. 연구범위와 연구방법
4. 허무의식의 이론적 고찰

Ⅱ. 生의 의지와 생명성 - 유치환의 시
1. 식민지체험과 현실인식
2. 허무의지와 생명성
3. 아나키즘과 관념성

Ⅲ. 神의 부정과 절망의식 - 박인환의 시
1. 전후체험과 현실인식
2. 반신적(反神的) 태도와 비극적 세계 인식
3. 근대허무주의와 지적 감상성

Ⅳ. 소멸과 생성의 변증법 - 이형기의 시
1. 문명체험과 현실인식
2. 문명비판과 소멸인식
3. 변증법적 인식과 초월성

Ⅴ. 역설과 순환의 서사 - 강은교의 시
1. 내면체험과 존재탐구
2. 죽음의식과 공동체 서사
3. 역설적 인식과 순환성

Ⅵ. 결론

Posted by 이재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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