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낙타처럼 외롭게 떠난 그가 보고싶다
고 김충규 시인. 그가 남기고 간 59편의 시가 유고시집 ‘라일락과 고래와 내 사람’으로 묶여 세상에 나왔다. 문학동네 제공
김충규 시인(1965∼2012)은 생전 ‘낙타 시인’으로 불렸다. 그의 시편에 낙타가 유독 많이 등장하는 이유도 있지만 그의 삶 자체가 외로이 사막을 걷는 낙타 같았기 때문이다. 1998년 문학동네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작가는 2003년 출판사 문학의전당을 차린 뒤 시집과 계간지를 왕성하게 펴냈다. ‘1인 출판’을 하며 격무에 시달렸던 그는 지난해 3월 심근경색으로 세상을 떴다. 과로가 이유였다.
그가 떠난 지 1년. 고인의 유고시집 ‘라일락과 고래와 내 사람’(문학동네·사진)이 출간됐다. 유족은 유품을 정리하다 시집 한 편 분량(총 59편)의 원고 뭉치를 발견했다. “시집을 내야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던 고인이 남기고 간 원고였다. 유족과 문우들은 원고를 정리해 1주기에 맞춰 이번에 유고시집을 펴냈다. 그의 다섯 번째 시집이다.
‘뚜벅뚜벅 서쪽으로 사라지는 광경을 보지 못하지만/꼭 봐야 할 건 아니지/잠자면서 잠꼬대를 종달새처럼 지저귈 때/바람 매운 날 이파리와 이파리가 서로 입술을 부비듯/한껏 내 입술도 부풀지/더 깊은 잠을 자도 돼요 당신.’(시 ‘잠이 참 많은 당신이지’에서)
고인은 영면에 들어갔지만 아직도 문우들은 치열했던 그의 삶을 기억한다. 후배인 이재훈 시인은 시집에 실린 추모 발문을 통해 이렇게 말한다. ‘사막을 홀로 터덕터덕 걷는 낙타의 상징을 온몸에 분칠한 채 시에 온 생을 밀어 넣는 모습에서 시인의 가장 매력 있는 순간을 언뜻 보기도 했다.… 마지막까지 그는 행복을, 아름다움을 노래하지 않았다. 아름답게 그려냈지만 종내 남는 것은 아픈 말들이었다.’
김충규 시인은 세상을 뜨기 두 달 전 자신의 블로그에 이런 글을 남겼다. 이 글은 그대로 유고시집에 실린 ‘시인의 말’이 됐다. ‘허공에 바치는 시를 쓰고 싶은 밤이다. 비어 있는 듯하나 가득한 허공을 위하여. … 소멸에 대해 생각해보는 밤이다. 소멸 이후에 대해, 그 이후의 이후에 대해… 구름이란 것, 허공이 내지른 한숨… 그 한숨에 내 한숨을 보태는 밤이다.’(2012년 1월 16일 밤 10시 25분)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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