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훈
아무 말도 없는 밤. 모든 진실은 추악해졌고, 냄새는 역겨워졌다. 잠에서 깬 설익은 밤. 당신의 지느러미가 물의 품에서 파닥거리는 소리. 아무 것도 믿지 않는 밤. 정작 내세울 것이라곤 뜨거운 마음뿐. 침묵을 거느린 그대의 말과 말 사이. 그 행간으로 여명은 왔다. 뜨거운 마음 하나가 붉은 햇살을 따라 간다.
저 홀로 빛나는 존재들이 있다. 오만 가득한 몸. 축복에 싸인 아름다운 몸. 다른 시선들을 의식하며, 가장 완전한 자신을 드러낼 때. 아픈 밤의 시간이 흘렀다. 빈 가지를 부여잡고 깊은 잠을 잤다. 하늘에서 달콤한 사과향기가 났다. 그리고 오랜 폭우가 내렸다.
신열로 뜨거웠던 밤. 길섶에 엎드려 고요한 늪을 지켜보았다. 가슴은 차가워졌고 달그락대며 나사가 굴러다녔다. 검붉은 연기가 머릿속에서 뿜어나왔다. 당신의 비늘 부딪히는 소리가 사각사각 들렸다. 설익은 달밤이었다.
_ 웹진 <문장>, 2007년 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