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수가 김수영을 질투한 까닭 이재훈 대담집 `나는 시인이다` 출간 | ||
기사입력 2011.03.31 17:01:10 | 최종수정 2011.03.31 19:47:50 http://news.mk.co.kr/v3/view.php?year=2011&no=203840 |
시인(詩人)은 詩(시)이기도 하고 人(사람)이기도 하다. 시인이자 평론가인 이재훈의 대담집 `나는 시인이다`(팬덤북스 펴냄)는 시인들의 이 두 가지 면모를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책이다.
저자는 2001년부터 2011년까지 모두 35명의 시인을 만나 그들의 시와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만난 시인은 김춘수 오규원 박찬 등 이미 세상을 떠난 시인부터 이승훈 정호승 남진우 김소연 강정 김태형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시인까지 연령별로 다양하다.
"김수영의 `풀` 같은 작품을 보면서 내가 써보고 싶었던 것을 벌써 썼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종의 라이벌 의식, 질투가 생긴 거지요. 나보다 선수를 쳤구나 하는 생각. 그래서 의식적으로 더 내면으로 들어오게 된 것입니다."
고(故) 김춘수 시인은 "내 본래 의식은 역사허무주의였다"고 말한다. 하지만 "1960년대 김수영이 참여의 길을 가게 되었기 때문에 선생님께서는 그 반대 진영 쪽이라 할 수 있는 내면세계로 더 침잠한 것은 아닌가"라는 저자의 질문에는 "그 말이 옳다"며 수긍한다.
"현실에 부딪히면 현실에 대한 울분 같은 것도 또 있는 것"이지만 김수영이 이미 그런 시들을 썼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더 내면으로 들어오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내 생애에 시인으로서 라이벌 의식을 가진 시인은 그 사람(김수영)뿐"이라고 고백한다.
그런 김춘수 시인은 이승훈 오규원과 더불어 우리 시사(詩史)에서 독창적인 시적 방법론을 이룬 것으로 평가된다. 김춘수의 무의미시와 이승훈의 비대상시, 오규원의 날이미지시는 각각 고유한 방법론을 가진 독특한 시론.
하지만 각 시론의 차이와 특성에 대해서 명확하게 이해하는 것은 어렵기만 하다.
이 책의 장점 중 하나는 시인의 시론을 당사자의 육성을 통해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고(故) 오규원 시인은 김춘수의 무의미시론과 비교하며 자신의 날이미지시론을 설명한다.
"무의미시는 `무의미를 지향`하고, 날이미지시는 `의미를 지향`하는 시입니다. (무의미시에서는) 시의 내용이 무의미하니까 시인은 시의 형태에서 그 아름다움을 찾습니다. (반면) 날이미지시는 사변화되거나 개념화되기 이전의 의미, 즉 관념화되기 이전의 의미를 존재의 현상에서 찾아내 이미지화하는 시입니다."
대담을 진행한 저자가 시인이라는 점은 독자들에게 다행스러운 일이다. 시와 시인의 관계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그는 꼭 물어야 할 것을 묻고, 꼭 들어야 할 것을 들었다. 그 덕분에 독자들은 시인들의 일상부터 유년 시절, 시인의 시 세계까지 폭넓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이승훈 시인은 자아 탐구, 모더니즘과 해체 그리고 선(禪)에 이르기까지의 삶과 문학 여정을 밝히고, 유안진 시인은 시를 쓸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든 유년 시절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고교 문사에서 문학청년 시절을 거쳐 등단하기까지의 과정을 풀어놓는 정호승 시인과 쇳물은 물도 불도 아니라는 연금술적 상상력을 보이는 노동자 시인 최종천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이 밖에 30년 만에 내놓은 두 번째 시집 `비는 수직으로 서서 죽는다`로 찬사를 받은 허만하 시인, 독특한 자유주의자의 길을 걷고 있는 김정환 시인, 시인이자 명기타리스트로 문학적 순교를 꿈꾸는 원구식 시인, 사과나무 아래로 귀환한 오르페우스의 꿈을 꾸는 남진우 시인, 사물보다는 사물과 사물 사이 어떤 한 세계보다는 세계와 세계 사이에 자꾸 시선이 간다는 김소연 시인 등 그들이 밝히는 독특한 사유와 시론을 만나보는 것도 흥미롭고 의미 있다.
또한 1992년 `현대시세계`로 같이 등단해 우리 시의 확장성을 선보이는 동년배 시인 강정과 김태형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다.
시는 시인에게서 나오고, 시인은 시로 세상을 산다. 그래서 시인의 머리와 가슴을 직접 열어보이는 이 책을 읽다보면 어렵게만 느껴졌던 시가 어느새 곁에 다가와 자리 잡고 앉는다.
[정아영 기자]
저자는 2001년부터 2011년까지 모두 35명의 시인을 만나 그들의 시와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만난 시인은 김춘수 오규원 박찬 등 이미 세상을 떠난 시인부터 이승훈 정호승 남진우 김소연 강정 김태형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시인까지 연령별로 다양하다.
"김수영의 `풀` 같은 작품을 보면서 내가 써보고 싶었던 것을 벌써 썼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종의 라이벌 의식, 질투가 생긴 거지요. 나보다 선수를 쳤구나 하는 생각. 그래서 의식적으로 더 내면으로 들어오게 된 것입니다."
고(故) 김춘수 시인은 "내 본래 의식은 역사허무주의였다"고 말한다. 하지만 "1960년대 김수영이 참여의 길을 가게 되었기 때문에 선생님께서는 그 반대 진영 쪽이라 할 수 있는 내면세계로 더 침잠한 것은 아닌가"라는 저자의 질문에는 "그 말이 옳다"며 수긍한다.
"현실에 부딪히면 현실에 대한 울분 같은 것도 또 있는 것"이지만 김수영이 이미 그런 시들을 썼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더 내면으로 들어오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내 생애에 시인으로서 라이벌 의식을 가진 시인은 그 사람(김수영)뿐"이라고 고백한다.
그런 김춘수 시인은 이승훈 오규원과 더불어 우리 시사(詩史)에서 독창적인 시적 방법론을 이룬 것으로 평가된다. 김춘수의 무의미시와 이승훈의 비대상시, 오규원의 날이미지시는 각각 고유한 방법론을 가진 독특한 시론.
하지만 각 시론의 차이와 특성에 대해서 명확하게 이해하는 것은 어렵기만 하다.
이 책의 장점 중 하나는 시인의 시론을 당사자의 육성을 통해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고(故) 오규원 시인은 김춘수의 무의미시론과 비교하며 자신의 날이미지시론을 설명한다.
"무의미시는 `무의미를 지향`하고, 날이미지시는 `의미를 지향`하는 시입니다. (무의미시에서는) 시의 내용이 무의미하니까 시인은 시의 형태에서 그 아름다움을 찾습니다. (반면) 날이미지시는 사변화되거나 개념화되기 이전의 의미, 즉 관념화되기 이전의 의미를 존재의 현상에서 찾아내 이미지화하는 시입니다."
대담을 진행한 저자가 시인이라는 점은 독자들에게 다행스러운 일이다. 시와 시인의 관계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그는 꼭 물어야 할 것을 묻고, 꼭 들어야 할 것을 들었다. 그 덕분에 독자들은 시인들의 일상부터 유년 시절, 시인의 시 세계까지 폭넓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이승훈 시인은 자아 탐구, 모더니즘과 해체 그리고 선(禪)에 이르기까지의 삶과 문학 여정을 밝히고, 유안진 시인은 시를 쓸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든 유년 시절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고교 문사에서 문학청년 시절을 거쳐 등단하기까지의 과정을 풀어놓는 정호승 시인과 쇳물은 물도 불도 아니라는 연금술적 상상력을 보이는 노동자 시인 최종천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이 밖에 30년 만에 내놓은 두 번째 시집 `비는 수직으로 서서 죽는다`로 찬사를 받은 허만하 시인, 독특한 자유주의자의 길을 걷고 있는 김정환 시인, 시인이자 명기타리스트로 문학적 순교를 꿈꾸는 원구식 시인, 사과나무 아래로 귀환한 오르페우스의 꿈을 꾸는 남진우 시인, 사물보다는 사물과 사물 사이 어떤 한 세계보다는 세계와 세계 사이에 자꾸 시선이 간다는 김소연 시인 등 그들이 밝히는 독특한 사유와 시론을 만나보는 것도 흥미롭고 의미 있다.
또한 1992년 `현대시세계`로 같이 등단해 우리 시의 확장성을 선보이는 동년배 시인 강정과 김태형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다.
시는 시인에게서 나오고, 시인은 시로 세상을 산다. 그래서 시인의 머리와 가슴을 직접 열어보이는 이 책을 읽다보면 어렵게만 느껴졌던 시가 어느새 곁에 다가와 자리 잡고 앉는다.
[정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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