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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6.10 별의 시인 윤동주_ 주제로 읽는 현대시 산책 ⑫

별의 시인 윤동주

 

이재훈
(시인, 현대시 부주간)

 

 

 


별의 시인 윤동주(尹東柱, 1917~1945). 그는 28세의 짧은 생을 살다갔으나 우리 시단에서 잊히지 않는 큰 별과 같은 시인이다.
시인은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해방을 보지 못하고 짧은 생을 마감했다. 살아 있는 동안에는 암울한 조국의 현실에 대해 늘 고민하는 지식인이었다. 또한 조국의 앞날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부끄러움 의식’을 시로 승화시킨 뛰어난 시인이었다. 윤동주는 살아 있는 동안 문학적 영화를 단 한 번도 누리지 못했다. 그는 사후(死後)에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윤동주는 1917년 북간도에서 출생했다. 그의 집안은 독실한 기독교 집안으로서 평생 기독교 신앙을 지키며 살았다. 1925년에 명동소학교에 입학하는데 이때 조선의 역사를 배우고 민족의식과 독립 사상을 깨우치게 된다. 이후 집이 용정으로 이주하여 은진중학교에 입학하고, 이 시절 교내 문예지를 발간하여 문예작품 등을 발표하는 활동을 했다. 1935년 평양으로 이주하여 숭실중학교로 편입하였으나 이듬해 숭실중학교가 신사참배 거부로 폐교되자 용정에 있는 광명학원으로 다시 편입했다. 이 당시 <카톨릭 소년>에 「병아리」 「빗자루」 등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다.
1938년에는 지금의 연세대학교인 연희전문학교 문과에 입학하였다. 연희전문학교에서는 최현배 선생으로부터 조선어와 민족의식을, 이양하 선생으로부터 영시(英詩)를 배웠다. 1941년 연희전문 문과를 졸업하고, 같은 해 자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를 졸업 기념으로 출간하려다 실패했다. 이듬해엔 일본 동경으로 유학하여 릿쿄[立敎] 대학 영문과 입학하여, 도시샤[同志社] 대학 영문과로 옮겼다.
1943년 조국으로 귀향을 앞두고 독립운동 혐의로 일본경찰에 체포되어 2년형을 선고받고 규슈[九州] 후쿠오카[福岡] 형무소에 수감되었다. 1945년 2월 16일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조국 해방을 6개월 남겨 놓고 옥사했다.
윤동주는 생전에 시집을 간행하지 못했다. 1948년이 되어서야 유작 31편을 실은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정음사)가 간행되었다. 이 시집은 친구 정병욱과 동생 윤일주에 의해 간행되었으며 시인 정지용이 서문을 썼다.
윤동주의 대표시는 아마도 <서시>일 것이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로 시작하는 전 국민의 애송시 <서시>는 국민의 뇌리와 마음 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을 것이다. 또한 대표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또 다른 고향> <별 헤는 밤> <쉽게 쓰여진 시> 등도 사랑을 많이 받는 시이다.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 <자화상> 전문

위의 시 <자화상>은 윤동주의 내면의식을 잘 살펴볼 수 있는 시이다.
시에 등장하는 ‘우물’은 자신을 성찰하는 시적 대상이다. 이 우물은 아주 조용한 곳에 존재한다. 산모퉁이를 돌아야 하고 논가 외딴 곳에 위치해 있다. 우물은 자아를 생각하고 성찰하는 장소이다. 시인은 다른 시에서도 그렇듯 늘 자신을 성찰하고, 고백한다. 이 시에서도 마찬가지로 우물을 통해 자아를 성찰하고 자아의 내면을 고요히 응시한다. “한 사나이”는 시인의 모습과도 동일시된다. 즉 자신의 모습이 우물에 비췄을 때 미워졌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돌아가다 생각하니 다시 그 사나이가 가엾어지는 것이다. 사내는 아무런 변화없이 늘 그 자리에 있다.
시에서는 우물에 비친 사내의 모습이 미워졌다가, 가엾어졌다가, 다시 미워졌다가, 그리워진다. 미워졌지만 가엾어지는 연민이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당시의 암울한 현실 속에서 나약한 지식인의 초상이 그대로 시속에 드리워져 있다. 우물 속에는 아름다운 자연의 흐름이 그대로 존재한다. 즉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 사나이가 있고, 그 사나이는 추억처럼 존재한다.
우리는 윤동주의 시를 통해 자신을 스스로 바라보고, 성찰하는 법을 깨우치게 된다. 윤동주는 치열하게 자신을 성찰하며, 늘 부끄러움 의식으로 괴로워했던 지식인이다.
우리는 성찰이 부재한 현실 속에 살고 있다. 위정자들부터 성찰이 없고 부끄러움이 없다. 괴로워하지도 않고 늘 핑계하며, 숨기고 속여 쉽게 넘어가기만을 바란다. 많은 이들이 윤동주의 시를 읽으며 감동하고 환호하는 것은 성찰과 부끄러움 속에 담긴 진실함을 읽기 때문이다. 윤동주의 시가 더욱 각별하게 다가오는 날들이다.



 

Posted by 이재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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