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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9.13 에밀 시오랑,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김정숙역), 챕터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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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죽도록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을 설명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지나간 영혼의 과거가 무한한 긴장으로 파닥일 때가 있다.  ?파묻혀 있던 경험이 현재로 온전히 되살아 올 때가 있다. ?리듬이 획일성과 균형을 잃어버릴 때가 있다. 그때는 고통스러운 강박관념에 으레 따르는 공포감을 느낄 겨를도 없이, 죽음이 떠오르며 삶의 절정에서 추락한다. 행복의 극치에서 스치듯 강렬하게 죽음의 이미지가 떠오르는 것이다. 이는 마치 사랑을 막 느끼기 시작하는 불안한 순간에 사랑이 끝날 순간이나  버림받을 순간을 예감하는 연인들의 심정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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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성이란 자아를 분산시키는 충동이다. 이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흥분 상태를 나타태는 것이다. 서정은 깊은 내면의 것이고 농밀한 것이어서 그만큼 외부로 표출하려는 욕구가 절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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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들은 결정적 순간에만 서정적이 된다. 또 어떤 사람들은 죽음을 맞는 고통의 순간, 지나간 시간이 되살아와 폭포처럼 덮치는 그 순간이 돼서야 서정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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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성은 야만적이다. 서정성의 진정한 가치는 그것이 오로지 피와 진정성과 불꽃이라는 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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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 우리들은 사람에 둘러싸여 살고, 죽고 싶어 한다. 그러나 이것은 마지막 순간에 어떠한 위안을 줄 수 있을까? 감상적인 태도로 꾸미지 말고 혼자 조용히 죽는 편이 낫지 않을까? 고통을 자제하면서 억지로 좋은 인상을 남기려 하는 사람들은 혐오스럽다. 눈물이 뜨거운 것은 고독 속에서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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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는 내게는 아무것도 접근하지 못한다. 가장 심오한 죽음, 진정한 죽음은 빛까지도 죽음의 원칙으로 수렴되는 순간의 죽음, 외로운 죽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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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과 평온을 되찾을 수 있다면, 그것은 의식을 없애버려서가 아니라 용기를 가짐으로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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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형벌을 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죽음은 삶 속에 이미 내재하므로 삶 전체가 거의 죽음의 고통이라고 할 수도 있다. 마지막 고통의 시간이란 단지 삶과 죽음의 다춤이 가장 치열해지는 순간, 죽음을 의식적이고 괴롭게 경험하는 순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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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피와 살의 자취를 품고 있는 사고를 원한다. 공허한 추상적 사고보다는 육체적 격정이나 신경의 파탄에서 오는 성찰을 백배 더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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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의 비극이 역사에서 가장 중대한-제국의 붕괴나 광산 맨 밑바닥 낙반 사고보다 더 심각한-것처럼 느끼면서도, 은연중에 나 자신이 무가치하고 무의미한 존재하고 생각한다. 세상에서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곧게 믿지만, 또한 동시에 나의 존재만이 유일한 현실이라고 느낀다. 더 나아가 만일 세상과 나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기꺼이 세상 모든 빛과 법칙을 없애버리고 홀로 허공을 떠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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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끝에서는 누구도 잠잘 권리가 없다. 진정으로 절망하는 사람은 자신이 처한 비극을 잠시도 잊지 못한다. 자신의 비참함에 대한 고통스러운 의식에 매 순간 깨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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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불행한 사람은 무의식에 대한 권리가 없는 사람들이다. 의식이 늘 깨어 있어 계속해서 세상과 맺고 있는 관계를 정립하는 것, 항상 깨달음의 긴장 속에서 사는 것, 그것은 바로 인생을 망쳤다는 것을 뜻한다. 깨달음은 재앙이며 의식이란 삶의 한가운데 벌어진 상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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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고독감을 느끼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다. 세상 속에서 자신이 고독하다고 느끼는 방식과 세상 자체가 고독하다고 느끼는 방식이다.

 

 

 

 

Posted by 이재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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