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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은 온통 거친 바위뿐인 땅이었다. 한 방울 물도 없고 한 가닥 풀도 없다. 아마 방향도 없다. 정체 모를 어슴푸레한 빛과 바닥없는 어둠이 일정한 시간을 두고 교차하며 나타날 뿐이다. 의식이 있는 존재에게 궁극적인 변방이다. 그러나 동시에 그곳은 풍요의 장소이기도 했다. 어슴푸레한 저물녘이면 칼날처럼 날카로운 부리가 돋은 새들이 날아와 그의 살을 사정없이 발라냈다. 그러나 어둠이 땅 위를 엄습하고 새들이 어디론가 사라지면 그 장소는 그의 육체에 생긴 공백을 소리도 없이 새로운 것으로 채워 주었다.
새롭게 몸을 채운 물질이 무엇이든, 쓰쿠루는 그 내용물을 이해할 수 없었으며 인정도 부정도 할 수 없었다. 그것들은 그림자의 무리로서 그의 몸에 머물고 그림자의 알을 한가득 낳았다. 이윽고 어둠이 사라지고 희미한 빛이 돌아오면 새들은 다시 날아와 그의 몸에 붙은 살을 세차게 쪼아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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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란, 쓰쿠루가 꿈속에서 이해한 바로는, 세상에서 가장 절망적인 감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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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건 반드시 틀이란 게 있어요. 사고 역시 마찬가지죠. 틀이란 걸 일일이 두려워해서도 안 되지만, 틀을 깨부수는 것을 두려워해서도 안 돼요. 사람이 자유롭기 위해서는 그게 무엇보다 중요해요. 틀에 대한 경의와 증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늘 이중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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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평온하고 가지런해 보이는 인생에도 어딘가 반드시 커다란 파탄의 시절이 있는 것 같거든요. 미치기 위한 시기라고 해도 괜찮을지 모르겠네요. 인간에게는 아마도 그런 전환기 같은 게 필요한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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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는 제각기 자신의 색깔이 있어서 그게 몸의 윤곽을 따라 희미하게 빛나면서 떠올라. 후광처럼. 아니면 백라이트처럼. 내 눈에는 그 색깔이 뚜렷이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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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용 없는 텅 빈 인간일지도 모른다. 쓰쿠루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내용이 없기에 설령 일시적이라 해도, 거기서 쉴 자리를 찾아내는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밤에 활동하는 고독한 새가 사람이 살지 않는 어느 집 지붕 뒤편에서 한낮의 안전한 휴식처를 구하듯이. 새들은 아마도 그 텅 비고 어두컴컴하고 조용한 공간을 마음에 들어한 것이다. 그렇다면, 쓰쿠루는 자신이 공허하다는 것을 오히려 기뻐해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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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여성의 모습을 통해서만 전할 수 있는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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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는 비로소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영혼의 맨 밑바닥에서 다자키 쓰쿠루는 이해했다. 사람의 마음과 사람의 마음은 조화만으로 이어진 것이 아니다. 오히려 상처와 상처로 깊이 연결된 것이다. 아픔과 아픔으로 나약함과 나약함으로 이어진다. 비통한 절규를 내포하지 않은 고요는 없으며 땅 위에 피 흘리지 않는 용서는 없고, 가슴 아픈 상실을 통과하지 않는 수용은 없다. 그것이 진정한 조화의 근저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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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키 쓰쿠르에게는 가야 할 장소가 없다. 그것은 그의 인생에서 하나의 테제 같은 것이었다. 그에게는 가여 할 장소도 없고 돌아갈 장소도 없다. 예전에 그런 게 있었던 적도 없고, 지금도 없다. 그에게 유일한 장소는 '지금, 이 자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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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때 뭔가를 강하게 믿었고, 뭔가를 강하게 믿을 수 있는 자기 자신을 가졌어, 그런 마음이 그냥 어긴가로 허망하게 사라져 버리지는 않아.

 

Posted by 이재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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