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시] 쓸쓸한 날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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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하다 했던가
마지막 술잔을 남겨놓고
우리가 귀가하는 순간
하늘 아래 어디쯤에선 꽃이 피었을 거다
꽃을 보고도 그걸 표현할 방법을 몰라
그렇게 헤매었던가 우린 한낱
일렉기타의 음률과 철 지난 유행가에
더 감상적이었잖은가
네게도 말했지만
나는 백 년의 무명을 견딜 것이다
- 이재훈, '쓸쓸한 날의 기록' 중에서 (시집 '내 최초의 말이 사는 부족에 관한 보고서', 문학동네, 2005)
= 젊은 시인의 우수에 찬 내면을 읽는다. 이상과 현실은 언제나 동상이몽 아닌가. 이상을 추구하지만 현실에 무릎을 꿇어야 하는 젊음, 하지만 때로는 이상을 위해 현실을 내팽개칠 때도 있다. 그 몽상의 역동적인 작동이야말로 삶이라는 뿌리와 싹의 본질에 피를 돌게 하는 근원일 것이다. 시의 우주적인 힘도 그 변화와 굴곡에서 태어날 것이니! 무명이여, 백 년 동안 쓸쓸하라. 배한봉/시인
/ 입력시간: 2008. 01.21. 11: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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