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

시詩 2007. 3. 2. 13:14



메마른 땅에 아카시아 꽃잎 떨어져요. 질긴 가지 끝에서 제 몸을 뜯어내는 소리, 천둥치는 밤. 당신은 그 아픔을 숨기고 투명한 몸으로, 꽃잎처럼 경쾌하게 내려요. 낡은 군화를 신고,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앙상한 가지를 꺾어가며 걸었어요. 흙발로 저벅저벅 아스팔트 위를 걷다가 문득, 당신을 봅니다. 사납고 포악한 걸음걸이 사이로 보이는 당신의 알몸. 밤이 되어도, 이별이 지나도, 당신의 몸이 온 사방에 닿는 소리 들려요. 당신이 울고 있다 생각했지만, 실상 당신은 아무 말 없어요. 아무 몸짓도 없어요. 잠시 침묵.

몸 부딪히는 소리만 들려요.
서러운 아픔도 참, 아름다워요.


- 시집 [내 최초의 말이 사는 부족에 관한 보고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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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재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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