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이 뜨겁다
아스팔트가 뒤집혀져서 내 발목을 챈다
나는 문명의 미끼인가
벗어날 수 없는 시간의 바퀴
살이 짓이겨지는 줄도 모른 채
실실 웃고 다닌다
이 불안이 즐겁다
이젠 원시의 기억이 내겐 없다
내 몸의 불은
나무의 몸이 낸 게 아니다
광고 전단지나 두꺼운 여성지
반들반들 윤이 나는 오색의 컬러 잉크지가
매운 냄새를 풍기며 피워낸 불
그러므로 내 불의 풍경은 낭만적이지 않다
습기 많은 푸석한 불
불을 품고 날고 싶다
평생 걸리는 긴 겨울을 건너고 싶다
노동하지 않는 내 몸을 가릴 외투를
꼭 껴입고
유리처럼 선정적인 투명함을
성에로 담금질하고 싶다
그러면 나는 차가운 물의 시간에
발을 갖다 댈 것이다
얼음의 심장을 견딘
차가운 불이 되어
잔잔한 물 위를 떠다닐 것이다
이미 떠난 자들의 얼굴이
물 위에 가득 조각되어 있는
어느 시간의 틈을
고요히 건너갈 것이다
시와시학, 2006년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