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兄을 이해하기 위하여
이제야 그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무표정한 눈으로 거리를 바라보거나
구석진 골목에서 신문을 읽고 있는 그
나는 이제 투사(鬪士)도 아니고 수사(修士)도 아니라던 그
훌쩍 겨울숲에 가겠노라고
버스터미널에 우두커니 서 있을 때
나는 오래도록 그의 등뒤를 서성거렸다
언젠가 술 취한 내 등을 두드리며
다 토해라, 있는 것 다 토해라고
그가 말할 때 나는 몰랐다
이미 목숨까지 다 토한 그를
그래서 끝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았던 그는
겨울숲이 오히려 더 따뜻하다고 했다
풍성한 사연들이 모두 마른 채
앙상한 뼈들만 모여 서 있는
그곳이 더 뜨겁다고 했다
겨울숲에서 뜨겁게
뼈를 태우겠노라고,
이미 거죽만 남은 몸,
뼈까지도 아깝지 않다고
쓴 술을 들이키던 그를,
묘비도 없이 바람에 존재를 실어버리는 게
가장 행복한 결말이라고,
정말 시적이라고 말하던 그를
찾으러 겨울숲에 간다
신문에도 남지 않았던 그의 결말은
그가 진정 원하던 것이었다
_시로 여는 세상, 2005년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