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소감

 

 

다시 별들의 방언을 찾아

 

 

 

감사합니다. 그저 감사하고 죄송하다는 말밖에 떠오르질 않습니다. 늦은 밤. 홀로 창밖을 보다가 문득 별을 발견했습니다. 예전 서울에 올라와 옥탑방에 살 때는 별이 참 많았습니다. 지금이라고 그 별이 줄어들지는 않았겠지요. 당시엔 자주 하늘을 올려다 볼 때였습니다. 문학을 하고 있고, 시를 쓰고 있는 제 자신이 안쓰럽기도 하고 간혹 대견하기도 했습니다. 가장 낮은 자리에서 무릎 꿇고 살더라도 시를 쓸 수만 있다면 고귀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밤하늘의 별을 보니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얼마나 변해 있을까를 생각했습니다. 혹시 시인의 자존이라는 이름을 앞세워 교만하지는 않았는지, 시를 제 목숨보다 앞에 놓고 사는 시인들의 작품을 함부로 폄훼하지는 않았는지 곱씹어 보았습니다.

면구쩍어 고개를 들 수가 없습니다. 이 세계 너머에서 지켜보고 있는 별이 제게 자꾸 말을 거는 것 같습니다. 그 동안 별의 소식을 잘 받아 적었느냐고. 많이 바쁘지 않았느냐고. 시가 네게 어떤 의미가 되었느냐고.

시는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언이었습니다. 훈육된 제 언어는 너무 짧고 황망하여 이리저리 변죽만 울리다가 이내 사그라들기만 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시는 제가 찾은 유일한 언어였습니다. 운명적으로 만난 제 존재와 저를 둘러싼 환각의 관계들을 밤새도록 되작이며 중얼거려도 헛헛하지 않았습니다. 내게도 예술적 파토스가 있다면 이 방언을 잊지 않고 목이 쉬도록 불렀다는 것이겠지요. 신과 마주하는 기도와 시와 마주하는 방언 사이에서 늘 헤매었던 것 같습니다. 때때로 그 자발적인 영혼의 방랑이 변덕을 많이 부렸습니다. 지치기도 하고 도망치고 싶기도 했습니다. 아마 이 상은 그런 제 마음을 다시 붙잡아 놓으려는 신호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가볍고 산뜻하게 시를 쓰고 싶지 않습니다. 어린 아이처럼 칭얼대기도 싫고 노인네처럼 훈계하기도 싫습니다. 늘 새로운 것만 요구되는 시대에 저 먼 시간의 강을 헤엄치려 합니다.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것들을 탐하며 이 세계 이전의 존재들을 그리워하겠습니다. 최초의 말을 만나기 위해 방황하겠습니다.

제 육체는 영원히 완성되지 않을 것입니다. 제 영혼 또한 영원히 완성되지 못할 것입니다. 제가 전언으로 삼고 있는 헤세의 말처럼 “너는 완벽한 교훈을 동경하지 말고 너 자신의 완성을 동경하라”는 말을 가슴에 얹을 것입니다.

어짊으로 이 자리를 마련해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이 큰 빚을 언제 갚을까요. 이제 별의 신호에 따라 다시 외계의 방언을 받으러 가야겠습니다.

 

_ <현대시>, 2014년 5월호

Posted by 이재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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